교사-학생 면담 몰래 녹음한 학부모 ‘유죄’

2026.08.26 00:46:57

전주지법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막연한 아동학대 의심, 녹음 정당화 못해”

초등학생 자녀와 담임교사의 비공개 면담을 전화로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부모라도 자녀와 별개의 인격체인 만큼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제3자에 해당하며 막연한 아동학대 우려만으로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정현우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학부모 A(43)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초등학생 아들과 담임교사가 면담하는 동안 자녀와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화 상태로 연결해 대화를 몰래 듣고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자녀는 교사 연구실에서 담임교사와 면담하고 있었다.

 

A씨는 재판에서 자녀가 면담 내용을 들어달라고 요청해 녹음한 만큼 자신을 대화의 제3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담임교사가 자녀를 편파적으로 지도한다고 생각했고 정서적·신체적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행위였기 때문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참여한 대화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가 담임교사에게 자신이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모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B군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로 봐야 한다”며 담임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은 청취·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자녀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주장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면담은 자녀와 다른 학생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자 담임교사가 생활지도 차원에서 상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재판부는 교사의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담임교사의 아동학대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만으로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호하는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녹음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녹음에 앞서 자녀에게 전화를 담임교사에게 바꿔 달라고 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학부모로서 필요한 요청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이 긴급하거나 몰래 녹음하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비공개 면담을 몰래 듣고 녹음한 행위가 “교사의 사생활과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가 담임교사에게 용서를 구한 정황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자녀의 부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과 녹음된 대화가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과는 관련이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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