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원화 직업교육이 바꾼 인재 양성 생태계

2026.07.01 10:46:48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 여름호
학교·기업 함께 책임지는 교육구조
단계별 자격으로 경로 전환 지원
한국형 직업교육 거버넌스 재편 제언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한국 직업교육도 학교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산업현장과 긴밀히 연결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독일처럼 학교와 기업, 직능단체가 함께 책임지는 이원화 직업교육 체계를 참고해 직업교육의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춘식 동신대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개발’ 여름호에 기고한 ‘한국의 직업교육, 이제는 바꿔야 한다: 독일 이원화 직업교육제도의 진화와 한국형 직업교육 개혁 과제’에서 독일 직업교육제도의 변화와 한국 직업교육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국 노동시장이 대졸자 공급 과잉 속에서도 현장에 즉시 투입할 전문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등단계 직업교육은 산업체의 실질적 참여가 부족한 학교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고등교육 역시 4년제 일반대학 중심의 학력주의 구조 속에서 직업역량보다 학위 취득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 이원화 직업교육제도의 핵심은 두 개의 학습장소 원칙이다. 학생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기업 현장에서 실습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 상공회의소·수공업회의소, 기업과 노동조합이 교육과정 설계와 자격 관리를 함께 담당한다. 직업교육을 교육부 소관 학교교육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 경제 시스템의 일부로 운영하는 구조다.

 

 

중등단계 이원화 직업교육훈련(VET)은 독일 직업교육 사다리의 토대다. 2022년 기준 약 130만 명의 훈련생이 325개 국가공인 직종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중등교육 이후 청소년의 40~50%가 이 경로를 선택한다. 훈련생은 기업과 계약을 맺고 월평균 약 800유로의 훈련수당을 받으며 주 3~4일은 기업에서 실습하고 주 1~2일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운다.

 

졸업 이후 경로도 단절되지 않는다. 훈련을 마친 학생은 숙련공으로 취업하거나 마이스터 자격에 도전할 수 있고, 대학 이원화 교육으로 진학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우수한 직업 경력자에게는 대학입학 자격 없이도 고등직업교육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보고서는 한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가 독일 VET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산업체 참여율과 실습의 질, 졸업 후 사회적 대우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졸업생 상당수가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현실은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 부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봤다.

 

대학 중도탈락 문제도 직업교육 개혁과 연결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의 연간 중도탈락자는 약 7만~8만 명으로 추산되며, 1인당 연간 고등교육비를 적용하면 사회적 손실은 8000억~1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진로 탐색 없이 학벌 경쟁에 밀려 대학에 진학했다가 전공 부적합이나 취업 불안으로 이탈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단계별 자격 취득 모델’이 제시됐다. 4년제 대학 교육을 단계별로 구분해 1~2년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전문직업교육자격을, 3~4년 이수자에게는 학사학위를, 5~6년 이상 이수자에게는 석사학위나 고급 전문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중도탈락을 실패가 아니라 경로 전환으로 재정의하고, 학생이 자신의 역량과 목표에 맞춰 사회 진출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독일 고등직업교육도 참고 모델로 제시됐다. 대학 이원화 교육은 2022년 기준 1749개 과정, 5만6852개 협력기업, 12만517명의 학생으로 확대됐다. 졸업생의 80% 이상은 실습 기업에 즉시 취업하며, 중도탈락률은 약 6.9% 수준으로 낮다. 최근에는 직업훈련, 학사학위, 마이스터 자격을 하나로 연계해 약 4.5년 안에 취득하도록 하는 삼원화 교육도 확산되고 있다.

 

정책 과제로는 직업교육 거버넌스 재편이 제안됐다. 독일의 연방직업교육원(BIBB)과 지역 직업교육기관 모델을 참고해 중앙 차원의 ‘한국직업교육원’을 설립하고, 광역 단위에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직업교육원을 두자는 것이다. 이 기관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로 나뉜 직업교육·훈련 체계를 조정하고, 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발과 통계, 인증, 교원 역량 강화 등을 맡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 직업교육도 학령인구 감소, 지방대학 위기, 청년 취업난, AI 기술 혁명이라는 복합적 도전 앞에서 구조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직업교육을 대학 진학 실패의 차선이 아니라 전문적 경력개발의 출발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 wks123@tobeunicorn.kr, TEL: 1644-1013,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조성철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