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국 16개 시·도 중 10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되며 교육계는 다시 진보 우세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주요 지역에서 진보 진영이 약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진보 교육감 시대의 귀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승패로 해석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놓칠 우려가 있다. 교육은 특정 진영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공공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철학과 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이 마주한 현실은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제들로 가득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체제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역 간 교육격차는 심화되고 기초학력 보장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학교 교육의 역할과 수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특수교육과 다문화교육 지원 확대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어느 하나 특정 진영의 의제로 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고교학점제 안착,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논란, 학습결손 회복, 늘봄학교 운영, 지역소멸에 따른 학교 재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념적 선명성이 아니라 이러한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풀어낼 정책 역량과 리더십이다.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것도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가 아니다.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학생들은 안전하고 존중받는 학교를 원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기대한다. 교육감이 누구인지보다 어떤 교육행정을 펼치고 현장 어려움을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영논리에 따른 정책 추진 안돼
현장의견 경청 등 리더십 필요해
계속되는 선거제도 논란도 숙제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당선된 교육감에게 필요한 것도 승리의 자신감보다 책임감이다.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품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추진하되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한 공감과 합의를 이끄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은 일방적 추진보다 신뢰와 설득,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도 다시 남겼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진영 대결과 단일화 논란, 정책보다 정치적 구도가 부각되는 현실은 교육자치의 본래 취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당 공천은 없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의 교육 비전보다 성향을 먼저 묻고, 후보들 역시 교육 정책 경쟁보다 진영의 대표성을 인정받는 데 더 많은 힘을 쏟는 모습이다. 교육의 미래를 논해야 할 선거가 정치적 대리전처럼 비치는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은 선거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꾸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다. 진보냐 보수냐를 둘러싼 논쟁보다 학생의 성장, 교사의 전문성, 학교의 신뢰 회복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할 때다.
선거는 끝났지만 교육은 계속된다. 교육은 정권보다 길고 선거보다 오래간다. 한 세대의 성장을 책임지고 다음 세대에 가치를 전하는 일은 어느 한 진영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무다. 선거의 승패를 넘어 모두가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