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교육 문제 공교육에 답 있어

2026.04.27 09:10:00

얼마 전 한 학부모와의 진로진학 상담 중에 강남 학원가의 학생부 3년 관리 패키지 가격표가 40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028 대입에서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이 매우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요소로 반영되다 보니 단회 학생부 컨설팅에 100만 원, 월 종합 컨설팅 150만 원이라는 시장 가격이 어느새 고착화 됐다.

 

아이의 진로학업 설계가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사회, 이것은 더 이상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 불공정의 사회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핵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법은 이미 학교 안에 있다. 사교육 경감의 가장 확실한 출발점은 공교육의 역할 회복이며, 그 중심에 전국의 모든 중·고에 배치된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 100% 배치 필요

지금 공교육의 현실은 참담하다. 전국 중·고교 중 10%에 달하는 580개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없다. 특히 강원, 전북, 전남의 경우에는 실 배치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1명의 교사가 일주일에 6개 학교를 순회하는 현실에서 최고의 학생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부는 교원 정원 확보에 있어 행안부와 기재부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의 여파로 진로교사보다는 국·영·수·사·과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라는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행 강제 조항이 없다 보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더해 고교의 ‘진로와 직업’ 과목 채택률은 38.8%로 중학교 8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학교 안에서 진로진학 교육을 총괄하라고 지침이 내려오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담임, 체험학습, Wee센터 관리 등 진로진학과 관련 없는 업무에 치여 수업 연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주 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학교의 모든 학생에게 1회 이상의 상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 하는 틈을 사교육 컨설팅 시장이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전문성이 사교육만 못하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가 뒤집힌 주장이다. 교육청은 경력 있는 교과 교사 중 진로진학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매우 높은 기준으로 선발한다. 대학원과 부전공 자격 연수 과정을 거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교사들이다. 매년 수백 시간의 직무연수로 입시 변화와 학과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각종 연수 및 연구회를 통해 지도 및 상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백 명의 학생을 3년간 학교 안에서 지켜본 현장 데이터와 전문성은 단 회 상담으로 만나는 사교육 컨설턴트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다. 무엇보다 교사는 학생을 ‘고객’이 아닌 ‘제자’로 본다. 이 윤리적 토대가 성공적인 진로학업설계의 본질이다.

 

전문성 발휘할 환경 조성해야

문제는 제도에 있고, 해법 또한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법에 명시된 모든 중·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 1인 이상 배치를 즉각 실행해야 한다. 둘째, 고교 ‘진로와 직업’ 과목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고, 진로교사의 업무 범위를 진로수업·진로상담·진로학업설계로 법적으로 명확히 해 행정업무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 진로진학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이스의 방대한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AI 진로학업설계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전국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국가 차원에서 초개인화 진로이력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단절된 학생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대학 입시에 매몰된 교육이 아닌 우리 아이의 꿈과 희망을 생애주기별로 탐색하고 맞춤형 진로학업설계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당부한다. 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사교육 컨설팅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학교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 가계의 부담은 줄고 아이의 가능성은 넓어진다. 공교육 신뢰 강화는 구호가 아니라 학부모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제자리에 세우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이 가장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다.

김대선 서울 광운인공지능고 진로진학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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