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서거 80주기, 도쿄에 기념비 세워져

2025.10.17 14:00:59

모교 릿쿄대 교정에 설립
재학 중 쓴 시·사진 실려
 
총장 "평화 가르침 이을 것"
주일대사 "화해 가교 되길"

 

일본 도쿄 릿쿄대가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기를 맞아 교정에 기념비를 세웠다. 도쿄에 윤동주 관련 비석 건립은 최초다.
 

릿쿄대는 11일(현지시간) 교내 14호관 인근에서 윤동주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해당 공간에는 윤동주 기념비와 함께 사진, 릿쿄대 생활 관련 설명, ‘쉽게 씌어진 시’ 일본어 번역본 등이 마련됐다.
 

교토 도시샤대 등에 윤동주를 기리는 기념비와 시비가 건립된 바 있으나, 도쿄에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윤동주는 릿쿄대 재학 중 시 여러 편을 썼다. 백합 문양이 인쇄된 릿쿄대 편지지에 적은 시 5편의 원본이 연세대 윤동주기념관에 보존돼 있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윤동주는 1942년 4월부터 반년간 릿쿄대에서 공부했고, 그해 6월 3일 ‘쉽게 씌어진 시’를 재학 중 완성했다. 이후 교토 도시샤대에 편입했다.
 

이날 기념비 제막식에서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은 "80년의 세월을 거쳐 윤동주 시인이 릿쿄대에 돌아왔다"며 "윤동주가 일본 유학 중 남긴 시는 거의 상실됐는데, 그가 친구에게 맡긴 시 5편은 기적적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가 재학 시절 교류했던 사제들의 집이 비석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면서 "아마도 윤동주가 비석이 있는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렌타 총장은 윤동주 시인의 평화,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지속해서 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윤동주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릿쿄대 기념비 설립으로 시인 윤동주가 머문 모든 곳에서 추모의 터전이 마련된 것으로 평했다. 윤 교수는 "교토에는 윤동주 시비가 있고, 옥사한 후쿠오카에서는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념비가 맑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이 돼 젊은 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동주는 도시샤대에 다니던 중인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방 반년 전인 1945년 2월 16일 옥사했다.

 

이혁 주일 한국대사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제막된 이 기념비가 윤동주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존재를 넘어 한일 양국의 화해, 협력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막식에 앞서 재일동포를 상대로 장학사업을 하는 한국교육재단과 릿쿄대 외국어교육연구센터는 ‘시인 윤동주와 함께하는 릿쿄의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시 낭송, 시화 대회를 열기도 했다.
 

윤동주는 일본에서도 유명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아바라키 노리코 작가가 자신의 수필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작품을 인용하면서 1996년판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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