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오늘, 내일을 품다

2025.08.19 13:37:02

아직도 무덥고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는 때이지만, 우리는 다시 교육의 시작점에 서 있다. 교문 앞에 선 아이들의 눈빛은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긴장이 뒤섞여 있다. 2025년 2학기, 전국의 초·중·고는 또 한 번의 배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개학이 이른 학교는 이번 주에, 대부분은 다음 주에 방학 내내 닫힌 학교 문을 열면서 비로소 학교의 주인공들을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없는 학교는 늘 그렇듯이 정막감이 돌며 어서 다시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견뎌내야 했다. 이 새로운 시작은 단지 학기의 개시가 아니다. 더 나은 교육, 더 깊은 성찰, 그리고 더 따뜻한 공동체를 위한 다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게 묻고자 한다. 학교는 준비가 되었는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글에서는 개개의 학교가 어떻게 보다 충실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이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교사의 열정이 만나는 작은 우주(universe)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이 진정한 배움의 장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책상이나 칠판만이 아니다. 관계, 존중,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이 훨씬 중요하다. 아이들의 정서와 마음을 보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사회적 격변기를 지나온 학생들은 여전히 생각보다 더 큰 불안과 외로움을 겪고 있다. 교육과정의 정상화 이전에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정서 지원 체계, 마음 돌봄 프로그램, 교사와 학생 간의 열린 소통 구조 갖추기에 남달리 힘써야 한다.

 

교사를 위한 진짜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 그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과중한 행정 업무, 학부모 민원, 평가 중심 교육의 압박 속에서 지쳐가고 있다. 어떤 교사는 “가르치는 일보다 버티는 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교사 지원이 곧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다. 교사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와 자율적 연구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교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교사가 지치지 않을 때,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교육의 방향은 ‘경쟁’이 아닌 ‘성장’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더 많은 문제 풀이? 더 높은 성적? 아니면 더 단단한 삶의 태도?

 

지금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경쟁이 아니라 성장, 획일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학생 각자의 속도와 색깔을 인정해 주는 교육,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 협력과 공존을 배우는 공동체적 배움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은 유연하고 살아 있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자율적 교육과정, 학생 주도 프로젝트 수업, 지역사회와 연계한 실천적 배움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그것이 진정한 학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 공동체를 준비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닫힌 공간이 아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할 때, 학교는 진짜 교육의 중심이 된다. 가정과 학교, 지역이 함께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교육 공동체’의 철학이 더 절실해졌다.

 

학부모는 단지 결과를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동반자여야 한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며, 학부모 또한 학교의 진정성을 믿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는 교육의 외부가 아니라, 학교와 함께 숨 쉬는 삶의 공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마을교육공동체, 진로 체험 프로그램, 지역 연계 수업 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교육, 모두를 위한 준비

2학기 개학, 다시 시작되는 오늘의 교육이 미래를 바꾸는 오늘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교육 주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아이를 위해 존재하고, 교사는 그 가능성을 일으켜 세우며, 학부모와 지역은 그 옆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열기를 다시 높여야 할 때이다. 단지 빵빵한 에어컨의 바람이 아니라, 마음을 품는 따뜻함과 다정함으로, 방학 중에 대부분 적막강산이나 다름없던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기를 기다리던 그 진심으로, 교실을 채워야 한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 순간,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꿈꾸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위대한 여정의 길목마다, 준비된 학교와 다정한 교사가 함께하길 소망한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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