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개정 학교안전법

2025.06.30 09:10:00

개정 학교안전법이 21일부터 시행됐지만,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민·형사상 면책조항도 생겼고, 보조 인력 배치 기준도 조례에 마련됐는데 왜 교사들은 불안할 걸까?

 

첫째, 교사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에 대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 한해 면책을 해준다는 법은 ‘안심’보다는 ‘불안’을, ‘기대’보다는 ‘걱정’을 준다.

 

학생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따라서 교사는 늘 확인하고, 조심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막상 예측할 수 없는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1일형과 숙박형의 차이는 있지만, 계획 수립과 학부모 동의, 예방 교육, 차량 안전, 음식, 숙박시설, 체험학습 시설 등 다 점검했다 해도 막상 사고가 나면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입증을 교사가 해야 한다. 이러한 모호성과 포괄성 때문에 법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안심보다는 실제로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특히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하루에 2회꼴로 교원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로 개정된 법을 뒷받침할 조례조차 제대로 개정되지 않았다. ‘교육감은 보조 인력의 배치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보조 인력의 배치 기준·방법 등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시·도의 조례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그러나 교총이 확인한 결과 25일 현재 17개 시·도 중 9개 시·도가 아직 미개정 상태다. 5개 시·도는 그나마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4개 시·도는 매뉴얼만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됐거나 추진 중인 13개 시·도조례를 살펴보면 더 답답하다. 보조 인력의 유형·자격·배치 기준·책임 한계에 대한 규정, 교육감의 역할과 예산 지원이 시·도별로 다르고 아예 언급조차 안 된 곳도 있다. 서울은 조례에 보조 인력 배치와 관련해 모두 학교장에게 의무를 부과했다.

 

모호한 면책 규정 안심할 수 없어

교육당국 준비 부족 불안감 키워

 

이렇게 시·도별로 조례 개정 여부가 갈리고, 내용이 다른 이유는 ▲법 개정에 따른 조례 개정 준비기간인 6개월 동안 시·도교육청과 시·도의회의 적극적인 준비 부족 ▲전국적인 통일성을 기하고 시·도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부의 표준 조례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법은 무엇보다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라는 조건에 대해 교사들은 ‘정서학대’의 모호성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과실치사·과실치상의 형사책임이 돌아온다는 불안감이 그대로인 현실에서 ‘안심하고 현장 체험학습 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올해 2월 속초 체험학습 인솔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 이유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었다. 버스 하차 후 인원 확인을 한 후 인솔을 시작할 때 한번 돌아본 외에 20∼30m 이동 간 학생대열을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몇 번을 돌아봤어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었을까? 또 앞으로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교사의 질문에 법도, 조례도, 매뉴얼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교총은 19일 교육부에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교원의 면책요건 명확화, 보조 인력 배치 기준·방법과 인력풀 운영, 과도한 행정업무 양산 매뉴얼 정비 및 교육청 차원의 행정전람체제 구축을 요구했다. 이런 보완과 준비 없이는 현장 체험학습 중단도 촉구했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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