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함께 세상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다

2022.04.12 16:44:54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응원하라 2022]

승마 장애물 국가대표 선수 꿈꾸는 정혜은 양
청각장애 딛고 애마 ‘송이’와 대회 준비에 한창
낙마 두렵지 않은 담력 덕분… 실력향상 ‘껑충’
재단 장학금으로 레슨, 말 관리비 등 큰 도움
마음도 치유하는 스포츠…“승마 널리 알리고파”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달 29일 세종스테이블 승마장. 정혜은(세종 장기중1) 양이 말 ‘송이’에게 굴레와 고삐를 채웠다. 부드러운 손길로 얼굴과 콧등을 쓰다듬자 송이가 까맣고 커다란 눈으로 혜은 양을 응시했다. 등에 올라탄 혜은 양이 종아리와 뒤꿈치로 송이의 배를 톡톡 치자 송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이번에는 송이에게 ‘톡톡’ 또다시 신호를 보냈다. 더 빠른 속보를 하자는 의미다. 빨라진 송이의 움직임에 따라 혜은 양도 안장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한 몸으로 호흡했다.
 

승마는 말과 사람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말의 컨디션을 예민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목덜미나 콧등을 쓰다듬고 토닥이며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대표 승마선수를 꿈꾸는 정혜은 양에게 송이는 더욱 특별한 존재다. 사실 정 양은 청각장애를 딛고 승마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보청기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송이는 들리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다. 눈빛으로, 촉감으로 호흡하며 꿈을 향해 함께 달리는 파트너 그 이상의 의미다.
 

정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승마체험을 계기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말을 탔을 때 상쾌하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잊을 수 없었다. 그는 “동물과 교감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승마의 매력”이라며 “말의 반동을 타고 달릴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고 귀띔했다.
 

혜은 양의 종목은 ‘장애물’이다.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12개 정도의 장애물을 쓰러뜨리지 않고 뛰어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담력이 중요하다. 정 양의 가장 큰 장점은 소위 ‘깡’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종합마술 금메달리스트인 홍원재 코치는 “큰 대회에 나가서도 긴장하지 않고 링에서 웃음을 보일 정도로 경기를 즐기는 선수”라며 “낙마가 무서우면 실력이 늘기 어려운데 혜은이는 두려움 없이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는 만큼 실력 향상이 더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성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해 제50회 전국학생승마선수권대회에서 장애물 60cm 1위를 거머쥐었으며 2021 발리오스 클럽대항전 1위, 소노펠리체 승마대회 1위 등 다수의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며 승마 꿈나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 양은 어렸을 때 고열로 청각이 손실돼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잘 듣지 못한다. 만일 낙마를 해 머리를 잘못 부딪히면 청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도 있었지만 승마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꺾을 순 없었다.

 


 

“낙마할 때 보청기가 함께 떨어져서 고장 난 적도 있고 훈련 중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코치님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낙마했을 때 뒷발에 얼굴을 스쳐 붓기도 하고 위험한 순간이 많긴 하지만 겁은 안 나요. 말에서 떨어질 때도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 양에게 승마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힐링과 치유의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뒤로 숨고 싶을 때 그를 위로해 준 건 송이였다.
 

“학교에서 제가 보청기를 낀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에어팟 아니냐고 놀리기도 하고, 제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 상처받고 위축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송이와 교감하면서 달리고 나면 왠지 모르게 훌훌 털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송이가 저를 치유하는 거 같아서 몸이 아플 때도 일부러 더 빠지지 않고 승마장에 왔어요.”
 

흔히 승마를 귀족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회 출전과 훈련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레슨비와 말 관리에만 수백만 원이 들고 시합경비와 각종 장비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 비싼 편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부모님이 밤낮으로 일하며 정 양을 뒷바라지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운동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정 양은 올해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에 선발돼 승마 훈련에 필요한 장비와 레슨비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받게 됐다. 정 양은 “어제도 장학금으로 헬멧과 승마바지, 조끼 등 새 장비를 구입했다”며 “재단 도움 덕분에 승마를 계속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 양은 올해 5월에 있을 전국소년체전에서 3위 안에 입상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 코치는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톱3 안에 들 만큼 좋은 실력이라 자부한다”며 “마르고 몸이 작아서 체력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승부사 기질이 있어 경기 운영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승마는 말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인식도 있는데, 말에 올라 수행하려면 교감이 필요하고 사람도 같이 운동을 해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서적으로도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면 승마를 대중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특히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재능기부를 해서 우리나라에 좋은 승마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한국교육신문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의 지원을 받는 아동들을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학업·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아동 556명에게 약 123억 원이 지원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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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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