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꿈의서랍

2021.03.25 15:42:31

시린 그리움의 까만 긴 겨울을 접고 잔잔히 부서지는 햇살에 빙그레 꽃 피우는 봄날은 참 향기롭다. 연분홍빛 수줍은 진달래, 앙증맞게 귀여운 노오란 개나리 뒤로 사월을 향하는 봄날은 길목마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꽃이 있다. 자연스럽게 피고 지는 산과 들의 야생화는 물론 인위적으로 장식된 꽃집의 꽃도 있다. 경로야 어떻든 꽃은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다듬어 주며, 숨은 꽃말은 전하고 받는 이에게 무언의 교감을 준다.

 

꽃을 보며 생각한다. 꽃 한 송이는 온 우주를 품고 있다. 꽃이 피기까지 온 우주가 힘을 합쳐 작은 세계를 열게 하였다. 그럼 꽃 중의 꽃은 무엇일까? 바로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예닐곱 살의 아이들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처럼 자라나는 아이꽃은 꽃 중의 꽃이다.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지난 3월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고학년을 많이 맡다가 올해는 2학년을 맞게 되었다. 학기 시작 전 아이들을 맞기 위해 교실을 정리하는 날이다. 앙증맞게 낮은 의자와 책상을 닦고 서랍을 정리하며, 한 해 동안 이 소중한 꿈들을 어떤 꽃으로 피게 할지 가슴이 콩닥거린다. 아이들은 어느집 누구네를 막론하고 소중하고 예쁜 자식이다. 저학년인 만큼 부모의 손길이 더 필요한 시기에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약속이 무겁게 다가온다.

 

첫 등교와 만남의 날이다. 약간의 낯가림도 있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예쁘다. 첫날 잠깐의 만남을 뒤로 한 오후, 열여섯의 꿈동이 얼굴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긴다. 서로 다른 소중한 열여섯 아이들, 책걸상과 벽면에 기댄 빼곡한 사물함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속에 숨은 꿈들은 다양할 것이다. 단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아름답게 발아하여 성장하기를 바람할 뿐이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다. 학교를 들어서는데 귀염둥이 세 명이 어디 있다가 보았는지 뛰어나와 선생님 손을 서로 잡을 것이라고 실랑이를 한다. 한 아이는 왼손을, 다른 아이는 오른손을, 나머진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반갑고 행복한 아침맞이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 오는 모습을 어디서 보았냐고 묻자, 2층 복도 창문으로 지난주부터 보고 있었다고 한다. 삼월 첫 만남 이후 그 며칠 동안이 아이들의 서먹함을 기다림과 낯익음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무한한 잠재력과 꿈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각자 다른 꿈의 서랍을 갖고 있다. 꿈의 서랍을 품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행복과 웃음을 담아 열어 펼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가슴에 담긴 꿈의 서랍, 서랍이라고 하니 몇 주전 찾았던 한의원의 한약 서랍장이 떠오른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한쪽 벽면을 보니 작은 한약 서랍장들이 빼곡하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한문으로 쓰여진 약재 이름으로 아는 한자도 있었지만 모르는 한자가 절반 이상이다. 각 서랍들은 서로 다른 치유의 효능을 품은 약재들을 담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서랍장 속의 약재들은 한의사의 처방으로 어우러져 치유의 효과를 낸다. 그럴러면 한의사는 각 약재의 역할을 잘 알고 있어야 처방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각기 다른 한약장 서랍의 약재들은 성장의 잠재력을 숨기고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과 비견된다. 한의사는 진맥을 통하여 필요한 약재를 선정하여 바른 효능을 끌어내면 치유의 환희를 볼 수 있다. 물론 그 쓰임과 효과는 대상에 따라 다르며 치료받는 사람과 치료하는 사람과의 교감이 더할수록 효과가 커질 수 있다.

 

가르침은 교사와 아이들과의 상호교류이다. 절대 일방통행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완의 꿈 자체이다.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숨죽이고 있는 끼와 재능을 찾고 이끌어 꽃피우게 하는 일이 교육이다. 참 가르침은 언제나 아이들을 사랑으로 맞이하고 행복으로 꽃을 피게하는 일이다.

 

봄이 깊어 간다. 산 벚꽃들은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난다.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처럼, 열 여섯 명의 숨결이 일어나는 교실은 따스하다. 맑은 봄날 결 고운 햇살이 창을 넘어 밝히면 교실은 봄꽃 핀 들길처럼 봄 향기가 더해진다.

 

소중한 아이들, 미래도 행복해야 하겠지만 지금 즐겁고 행복하면 앞날은 자연스레 예약된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마음속 서랍에 숨은 꿈의 씨앗. 이 씨앗이 행복한 웃음으로 건강하게 싹을 틔워 아픔과 실망, 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멀리하는 시간을 보듬게 하고 싶다.

장현재 경남 해양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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