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디드러닝에 필요한 교사의 역량은?

2021.04.05 10:30:00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 영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초래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분야에서는 종전의 학교·교실·수업의 개념과 기능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제 초·중등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긴 숙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학습은 순식간에 현장에 정착되었으며, 펜데믹의 장기화로 블렌디드러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순식간에 정착된 온라인학습, 이제는 블렌디드러닝이다

블렌디드러닝은 무엇인가를 ‘혼합’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학습을 다양한 방식과 비중으로 혼합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수업에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혼합하기도 한다. 그레이엄(Graham, 2006)은 블렌디드러닝의 한 형태로 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기존과는 다른 학습환경을 구성하고, 여기서 학생들이 지식생산자가 되어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적활동을 하는 변환모형(transforming blends)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학습환경은 학생들이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해결활동에 참여하며 함께 학습하고 서로 도와주는 공간(Wilson, 1995)’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학습환경과 맥을 같이 한다. 이때 학생들은 정보처리도구·의사소통도구·협업도구 등 학습환경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학습도구로 활용하여 비판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며, 실제적 문제해결을 위해 사고를 공유하며,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해야 한다.

이처럼 학생의 능동성이 강조되는 환경적 특성은 자연스럽게 학생에게는 자신의 학습에 대한 주도권을 갖도록 요구하며, 교사에게는 학생을 안내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는 학습 지원자로서 역할을 요구한다(홍선주 외, 2016).

 

 

[그림 1]은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종전 교실수업에서는 교사 중심의 ‘푸시(Push)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동질적으로 취급되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내용 전문가로서 학습내용을 선별·조직·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환경에서는 ‘풀(Pull) 모델’이 적용된다. 교사는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학생들이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도구로 활용하여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습자원을 ‘끌어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교사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블렌디드러닝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교사 역량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등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긴박한 변화 속에서 교사들은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출 겨를도 없이, 이제는 블렌디드러닝 실행이라는 당면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블렌디드러닝은 오프라인수업과 온라인학습의 단순한 기계적 결합을 넘어 두 개의 서로 다른 교수·학습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다음은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교사 역량이다(홍선주 외, 2020).

 

교수·학습 준비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연구에 따르면 블렌디드러닝을 실행하기 위해 ‘교수·학습 준비단계’에서 교사는 ‘블렌디드러닝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각 장점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학습내용을 구분하고 재조직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것을 한 교사는 ‘교육과정의 성취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테크놀로지가 어느 부분에서 어느 내용으로 쓰일 것인가, 어떤 자료를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조직하고 제시할 것인가 하는 교육과정 문해력을 기본으로 하는 교사 역량’이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교사는 온라인학습의 이점을 활용하여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의 학습경험을 설계하는 역량과 온라인상의 풍부한 학습자원과 온·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교수·학습에 통합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들 역량은 교사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학생들이) 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을 설계해야 하며, 온라인 수업상황에서도 학생과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사의 피드백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학생과 학생 간의 협업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어떤 콘텐츠를 구성하고 어떤 도구들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려, 교수·학습설계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역량은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능통하고 해당 기술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하고 노련함을 갖춘 교사가 적재적소에 그 기술을 적용한다면 학생의 배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교수·학습 운영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다음으로 교수·학습 운영단계에서 교사는 무엇보다 온라인공간에서 수업을 운영하면서 보조적인 의사소통도구들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반응을 포착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온라인상에서는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가 제한적인 만큼 수업 그 자체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이 제한되고 수업 진행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참여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이해 정도를 알 수 없어 학생들의 반응에 따른 수업실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교실현장에서 다소 소극적인 학생들도 온라인상에서는 교실현장보다 참여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는 교사들의 긍정적 평가에서 보듯, ‘교사들의 눈에 30명의 집단이 아닌 아이들 한명 한명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온라인공간에서의 소통역량은 온라인의 이점을 살려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지도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교사는 학생의 학습을 촉진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전략을 개발 및 활용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적시에 제공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온라인상에서 교사는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학습자료들을 제공하지만, 그것을 취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는 결국 학생 자신이기 때문에,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을 진행하도록 교사는 촉진하고 피드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또한 교사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그간 학교현장에서 테크놀로지는 교육과정 중에 어느 한 부분에 쓰였던 도구로 인식되었지만, 지금 상황은 교육과정 운영에 전면적인 테크놀로지 결합을 요구하기 때문에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 평가단계에서 요구되는 교사 역량

마지막으로 학생 평가단계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아직까지 구체화가 덜 되어 있다. 평가의 민감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온라인상에서보다는 오프라인에서 학생평가가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블렌디드러닝에서 학생 평가를 위해 교사는 온라인환경에서 확보한 학생의 학습활동 기록을 근거로 학생을 진단하고 모니터링하는 역량, 향후 학습과 관련한 빅테이터가 구축되었을 때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교수·학습개선을 위해 활용하는 역량, 그리고 온라인평가에서 야기될 수 있는 공정성 이슈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역량 등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온라인상에서 생성·누적되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생의 특성·수준·학습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또 학교에 교수·학습 플랫폼이 구축되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교사에게 제공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학생들의 학습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탐색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단, 학생들의 데이터를 다루는 전 과정에서 공정하고 윤리적인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블렌디드러닝 환경에서는 학습의 주도성과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학생의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다. 다만 학교교육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의 학습의 전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교사의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블렌디드러닝 실행을 위한 교사 역량 개발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홍선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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