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그랬는데요?' 하는 아이

2011.07.01 09:00:00

이달에는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때, “나, 안 그랬는데요”라며 시치미를 떼는 학생에 대한 지도방법을 알아보자. 이때는 일단 맞서지 말고 행동의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특히, 고학년) 이런 상황에 처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요즘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하고 부인하거나 시치미를 떼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교사는 분명히 문제행동을 확인하고 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말하는데 아이는 아니라고 잡아떼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했니, 안했니”하며 실랑이를 거듭하게 되면서 교사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이 상황을 그동안 1월부터 5월까지 ‘생활지도의 달인되기 원리’에서 제시했던 방법대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교사들의 일반적인 양상을 알아보자.

위의 반응1에서 반응4는 모두 교사중심의 생활지도 접근 방법이다. 당장 교사의 기분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아이의 행동변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교사인격에도 마이너스일 뿐인 헛수고란 말이다. 그렇다면 달인의 생활지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지 알아보자.

학생 태도 이해하기
학생이 고분고분하지 않을 때 교사는 기분이 나빠지면서 심하면 평정심을 잃을 수도 있다. 더욱이 2010년 2학기부터 각급 학교가 체벌금지 관련 학생생활지도규정을 제정하게 되면서 훈육활동에서 교사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학생들이 고분고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교육신문이 조사한 교원의 인식설문에서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가 낮아진 가장 큰 요인으로 학생에 대한 권위상실을 꼽고 있는데 그 직접적인 원인은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한국교육신문, 2011년 5월 16일자).
다음에서는 그러한 학생들의 태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제시하고 지도과정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1) 습관화된 핑계대기와 변명하기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곁에서 잘못을 지적해주면 곧바로 “나 안 그랬는데요”, “왜 나한테만 그래요?”하며 오히려 반발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곤란한 순간을 일단 모면하려는 잘못된 태도가 습관이 된 학생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학생들은 친구관계에서도 핑계대기, 변명하기 등으로 곧잘 자기 입장을 우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기회가 잦다보니 학교생활에서도 이러한 전략으로 일관하려 한다. 습관으로 이해하고 나면 지도해야 할 마음이 생긴다.
2) 상황파악이나 변화된 환경에 대한 늦은 반응
수업에 임하는 기본자세나 활동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더디고 주의집중력이 낮아 교사의 지시를 잘 못 들었을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지시를 듣는 순간에 행동으로 옮기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행동변화가 늦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지시된 행동을 모두 하고 있는데 자신은 태연스럽게 안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시된 행동을 안한 것에 대해 단지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자기가 안 그랬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교사가 이미 여러 번 주의를 주었는데도 행동변화가 없어서 결국 화를 내게 되면 이런 아이들은 ‘선생님이 왜 저러지?’ 하는 식으로 바라본다. 때론 이러한 반응에 더 화가 나기도 한다.
3) 학생의 생존전략
생존전략이란 말이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으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 생각되면 일단 그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보려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길 때도 일단 자기가 안 그랬다고 딱 잡아떼는 행동이 일상적인 습관이 된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면 크게 비난을 받거나 불리한 일을 당하게 될까봐 일단 강하게 부인함으로써 살아남으려는 전략인 것이다.
4) 가정에서의 잘못된 가르침의 영향
가끔은 책임이 돌아올 것 같은 상황에선 무조건 부인하도록 자녀에게 가르치는 부모도 있다. “너는 일단 빠지고 봐, 잘못하면 네가 다 뒤집어 쓰게 돼, 너무 솔직하게 네가 그랬다고 말하면 어떡하냐? 요즘같은 상황에선 그렇게 솔직하면 바보된다.”
부모의 이러한 가르침과 학교에서의 정직한 가르침이 달라 처음엔 혼란스러워 하던 아이도 계속적인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 발뺌을 하게 된다.
5) 관찰학습의 영향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학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나 안 그랬는데요’하고 발뺌을 하고 났을 때 자신의 책임이 모면되었던 경험이 한두 번 쌓이다보면 곤경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사용하게 된다. 규칙을 어기는 경우 제재와 벌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써 일종의 관찰경험에 의한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 일단 맞서지 말고 양보하기
‘나 안 그랬어요’하는 아이를 보는 순간에 화나는 감정이 일어나기 쉽다. 순간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을 하다 말고 태도수정을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언성을 높일 수가 있다. 그러나 태도수정은 말 한마디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잘못된 태도를 간과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도는 하되 지도시점의 선택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은 그 학생과 맞서지 말고 ‘넌 안했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가볍게 말한 후, 쉬는 시간에 조용히 불러서 개인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유익한 점이 있다.
첫째, 그 학생을 감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성적으로 다루는 교사의 모습을 보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된다.
둘째, 계획된 수업진행을 무난히 할 수 있다.
셋째, 그 학생은 교사의 너그러운 태도에 오히려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고 쉬는 시간의 조용한 대화가 의도한 바대로 잘 진행이 된다.
넷째, 전체 앞에서 꾸중을 듣게 되는 경우에 상할 수도 있는 학생의 자존심을 보호해줄 수 있다.
다섯째,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에 즉각적인 화를 내지 않고 시간을 벎으로써 더 나은 교육적 접근을 할 수 있다.
여섯째, 교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인 접근을 하면서 학생의 태도수정에 성공할 때 교사효능감이 커질 수 있다.
2) 쉬는 시간(휴식시간)에 지도하는 방법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 약한 아이에게 무조건 잘못했음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의 세련된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다음과 같이 해보도록 하자.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 아까 수업 도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구나.
(이때 아이는 이미 다 지난 일을 새삼 다시 말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부드럽게 시작해야 한다.)
- ○○이는 만일 어떤 친구가 네게 물건을 던져서 네가 “너 왜 나한테 물건을 던지니?”하고 물었는데 그 아이가 “난 안 그랬다”하고 말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애?
- 그 아이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겠니?
- 아까와 같은 상황에서 선생님은 네가 어떤 말을 해주기를 원했을까?
- 선생님의 기분은 어땠을 것 같니?
- 다음에 그와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말하겠니?
- 이러한 태도는 어떤 덕목과 관계가 있을까?(고학년에게 어울리는 질문으로 정직과 어른 공경으로 귀결이 되면 효과를 거두는 것임)
이같은 질문을 하면 학생도 교사의 입장과 기분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인정하고 격려하기
개인심리학자 아들러는 ‘인정하기와 격려하기’는 교육학과 심리학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학이나 심리학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동변화를 추구하는 학문인데, 행동변화는 결국 인정받고 격려받을 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해볼 수 있다.
- 네가 아까보다는 상황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구나.
-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큰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이는 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많구나.
- 아까는 네 행동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고치려고도 하니 넌 얼마든지 좋은 행동을 기대할 수 있겠구나.
- 사람은 잠깐의 판단착오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깨닫고 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아까는 집중을 안 해서 내가 지적을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집중하고 수업에 참여해서 너의 변화된 행동을 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도하면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더 잘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도록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렇게 시도할 때 바람직하게 변화되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게 되고, 결국 교사효능감도 높아지게 된다.

부모와 상담하기
한두 번 이런 일이 있을 때 교사의 지도로 학생의 습관적인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면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교사의 업무가 많아 바쁜 일정에 같은 일로 여러 번 지도하게 되면 교사도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이럴 땐 부모상담을 병행하도록 한다. 부모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력이 짧을수록 부모상담에 대한 부담이 많아서 웬만하면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생의 문제행동 수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변인은 바로 부모변인이다.
1) 행동관찰 기록하기
흔히 교사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상황들을 적어놓지 않으면 차후에 생활지도를 위한 상담을 요청할 때 근거가 희박하다. 이럴 때 학부모가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기보다는 감정적인 언어로 반응하기가 쉽다.
예를 들면, “○○이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말을 듣는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하기 힘들다. 다음과 같은 양식으로 행동관찰기록을 해두면 학부모 상담을 할 때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이런 양식으로 기록해 놓고 학생의 행동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학부모 상담을 요청해야 한다. 이 표를 제시하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행동으로 담임이 상담을 원하는지 그 근거가 분명하고, 교사의 지도기록을 자세히 보여줄 수 있으므로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상담이 진행될 수 있다. 셋째 칸에 문제행동이라 하지 않고 행동특성이라고 적은 것에 유의하자. 이 기록은 부모 상담 시에 보여주어야 할 자료이기 때문이다. 단, 다른 아이의 기록은 가리고 보여주어야 한다.
2) 부모면담 요청하기
부모에게 요청할 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요청하도록 한다. 다음과 같이 편지에 기록하되 이것도 근거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교사로서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책임을 다한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3) 부모와 상담하기
1. 인사하기
: 바쁘실텐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2. 본론 시작하기 : 자녀의 여러 학교생활 중 긍정적인 점을 먼저 들어 시작하기(“○○○이 ○○점은 참 좋은데 몇 가지 걱정되는 행동이 있어서 뵙고 함께 지도방향을 찾고 싶어서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3. 부모 의견듣기 : 대개 가정형편, 환경적 특성, 자녀양육 과정에서의 문제 등을 길게 하소연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서 다 들어주어야 한다(경청할 때는 적절한 순간에 공감도 하고 반응도 해주면서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개별상담의 경우 교사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후에 면담을 요청해야 한다.
4. 마무리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어떻게 가정에서 협조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정리돼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문제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제력도 발휘가 된다.
이달에는 자신의 행동을 지적해줄 때 수용적 태도를 갖지 않고 “나 안 그랬는데요”하며 시치미를 떼는 학생의 경우에 대한 지도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이와 같은 생활지도 과정을 통해 교사효능감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한영진 서울 수송초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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