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A to Z

2011.03.01 09:00:00

창의적 체험활동 중에서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박물관을 찾아가는 것이다. 박물관에 가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는 것은 동아리활동(학술 · 문화예술)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체험활동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까? 이번 호에서는 박물관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보자.


+ 박물관에 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우리 지역에는 어떤 박물관이 있는지, 어떤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지 미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다.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많은 인원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으며, 점심을 먹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충분한지 등을 확인한 후 체험활동 장소를 결정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재나 유물이 많은 박물관이 근처에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없더라도 최대한 관련 있는 박물관을 찾아보도록 한다. 지역에 있는 교육적 장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중요하다.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 만일 서울의 허준박물관을 간다면 미리 허준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가도록 하자. 허준은 드라마로도 잘 알려져 있고 책을 통해서도 봐 왔기에 학생들에게 보다 친숙하다. 가기 전에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 구글 지도를 통해 위치를 알아보고 학생이 있는 곳에서 박물관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그려 보도록 하자. 매번 이런 식으로 지도에서 위치를 알아보는 노력을 하면 지리 감각도 늘고 조사 능력도 길러지며 사회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을 내서 박물관 체험활동지를 만들어 준다면 보다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체험활동지에는 해당 박물관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꼭 살펴봐야 할 내용, 스스로 조사한 내용,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느낌을 적는 것이 포함되면 된다. 사전 학습으로 인터넷상에서 박물관 홈페이지를 찾아가 관련 정보를 얻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을 간다면 홈페이지(www.nfm.go.kr)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편안하게 살펴볼 수 있다. 어린이박물관의 경우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으나 시간과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출발 전에 비상시를 대비해 간단한 구급약품도 챙기고, 학생들이 화장실에 갔다 오도록 배려하자.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모둠(조) 편성도 하고 버스를 오르내릴 때의 질서, 박물관 내부에서 지켜야 예절도 알려준다. 버스를 타고 도로를 지날 때면 주변 경치도 살펴보고 계절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자. 도로 절단면의 지층도 살펴보면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다.

+ 박물관에 도착하면 주변 환경, 건물의 특징도 살펴보자
박물관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보고 박물관의 특징을 잘 살려 건물을 지었는지도 알아보자. 큰 박물관의 경우 박물관을 알리는 안내판과 전시실 안내도가 있는데 이런 것을 먼저 확실히 기억하고 간다면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항상 새로운 곳을 갈 때는 전체적인 위치와 안내도를 살펴본 후 세밀하게 하나씩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자. 숲을 보고 나무를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할 때 늘 학생의 자주적인 실천 활동을 중시해야 한다.

+ 박물관 관람의 포인트 짚어주기
박물관 안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조용히 살펴보도록 지도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플래시를 쓰지 않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알아본 후 사진을 촬영하도록 한다. 이러한 기본예절을 지키면서 △ 어떤 목적으로 박물관을 세웠는지, △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 왜 그것이 중요한지, △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본다. 박물관 안의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수집하고 분류하고 전시했는지를 살펴 지도하는 것도 좋다. 나중에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고 분류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화폐박물관의 경우 최초의 주화인 고려 시대 화폐부터 조선 시대, 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했던 화폐를 시대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화폐 속의 관광지’, ‘화폐 속의 여인’, ‘화폐 속의 동식물’, ‘화폐 속의 지도’ 등 화폐 안의 그림이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서 주제별로 전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전시된 것을 보고 이해하면서 학생 스스로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또 특별전을 할 때 박물관을 간다면 상설 전시와 달리 주제별로 전시된 다양한 전시물을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살펴보며 옛날에는 어떻게 활용했고, 오늘날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알아본다. 많은 옛 물건들을 살펴보며 어려운 생활 여건을 슬기롭게 이겨낸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보자. 의식주와 농기구, 관혼상제를 살펴보면서는 교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준다면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문화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조사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지식과 관련지어 해당 문화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창의적으로 생각해 본다.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보면서 디자인 감각을 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화폐박물관의 경우 돈과 예술이 어떤 점이 관련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5만 원권 지폐를 발행하면서 모델은 누구로 정할 것인지, 어떤 디자인을 넣을 것인지, 누가 디자인할 것인지를 1~2년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한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최고의 디자이너, 예술인, 미술가들이 참여해서 한다. 이처럼 화폐는 많은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다. 오랜 의사결정, 엄청난 노력과 관심으로 태어난 우리 시대 최고의 디자인,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본다면 그 박물관에 가서 값진 것을 배운 셈이다. 화폐를 통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상, 기술도 엿볼 수 있다. 빼어난 문화재를 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디자인 감각을 엿보고 자극을 받아 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가져 본다.
이처럼 박물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는 가운데 학생의 기초생활습관을 형성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며, 개성과 소질을 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한다. 체험활동에 자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해 각자의 취미와 특기를 창의적으로 계발하고, 협동적 학습능력과 창의적 태도를 기르게 한다.

+ 교과 내용과 관련 있는 박물관 체험활동
교수 · 학습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박물관도 이전과 달리 인터넷 상에 기반을 둔 가상박물관(Virtual Museum)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가상박물관은 학교교육과 연계한 전시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생생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가상박물관을 통해 해당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 안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박물관은 문화재 교육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롭고 유익한 지식을 제공하며, 학생의 수준을 높여 학습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이런 가상박물관을 박물관에 가기 전에 살펴보고 정보를 얻으며, 갔다 온 후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이끈다면 교육의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
교과 내용과 관련 있는 박물관 체험활동을 하려면 예를 들어, 사회과 ‘더위와 추위에 대비한 한복’, ‘여러 가지 모양의 집’ 등에 대해 배우고 싶을 때는 사전에 국립민속박물관 가상박물관(홈페이지)을 통해 학습을 한 후 직접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도록 한다.
가상박물관에서 다양한 학습 자료와 생동감 있는 동영상, 사진 자료 등을 보면 학생들이 문화재에 대해 학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외에 다른 박물관도 같은 식으로 교과서와 관련 있는 체험활동을 하는 데 활용하면 된다.

풀무원 김치박물관(서울)은 가상박물관을 통해 사전에 김치가 우리 몸에 왜 좋은지를, 김치에 들어 있는 균들이 우리 몸에 어떤 이로운 일을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 뒤 직접 박물관에 와서 다양한 실물 자료와 영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잘 익은 김치를 제공하는 ‘김치 시식’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벤트인데, 이런 것처럼 직접 먹어보고 그것이 왜 좋은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매운 김치를 먹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김치에 대해 말하고 우리 김치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음식인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치를 즐겨 먹지 않던 학생들도 김치를 먹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박물관 체험활동의 효과이다.

+ 박물관에 다녀온 후 활동까지 챙기자
박물관에 갔다 온 후 특히 기억에 남는 중요 유물,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점, 느낀 점이나 소감 등을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좋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파일로 만들고 계속 모아둔다면 학생의 소중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체험활동 후 결과를 기록할 때 교과 지식을 실생활과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기술하는 게 좋은데 가령 국립민속박물관을 다녀온 학생이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 시대 조상들의 생활모습과 우리 고유의 의식주에 대한 특징을 몸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기록한다면 체험활동 취지를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머리와 몸을 균형 있게 배운 것을 실천하며 사는 지행합일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 또한 학생이 조사한 보고서와 사진을 모두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도 주도록 한다. 학생 스스로 좋아서 탐구하고 살펴보는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박물관 체험활동에서 교사가 해야 할 일
박물관 체험활동이 아무리 좋아도 교사가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효과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가 먼저 박물관을 제대로 알고 가야 한다.

1. 박물관은 한 번만 가고 마는 곳이 아니다_ 주제를 정해 오늘은 한 전시실만 충분히 감상하고 다른 전시실은 다음에 또 와서 봐도 된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전시물을 보는 눈이 높아진다. 전시물을 보며 느끼고 상상의 나래를 펼 시간을 학생에게 주도록 하자.

2. 교사가 먼저 즐겨야 한다_ 박물관 나들이는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교사가 먼저 박물관을 즐겨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박물관을 학생의 숙제나 공부를 위해 마지못해 가는 곳이 아니라, 여가 공간으로 여겨야 한다. 교사가 먼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 대해 조사하고 책을 골라서 읽어보자. 예를 들면 <떡잔치>를 읽고 국립민속박물관이나 떡 · 부엌살림박물관에 가는 식이다. 교사가 많이 알면 알수록 학생들이 알고 싶을 때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박물관에서 본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해 갈 때 박물관은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3. 자꾸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 한다_ 박물관에 들어서면 으레 학생들은 교사를 따라다니며 교사의 장황한 설명을 듣는다. 자칫 학생들이 박물관 나들이를 또 하나의 지겨운 학습으로 받아들여 박물관과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박물관에서는 조바심내지 말고 학생들이 재미있게 보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생들과 옷을 주제로 관람할 때는 우선 학생이 입고 있는 옷과 전시된 옷을 비교해 본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다면, 옛사람들은 웃옷과 아래옷의 이름을 어떻게 불렀는지 찾아보면서 관람하고 옛 옷의 시대별 특징도 찾아본다. 삼국 시대 옷과 발해 · 고려 · 조선 시대 옷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학생이 직접 알아내게 하면 좋다.

4. 전시물에는 전시하는 사람의 의도가 배어 있으므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도 길러 주어야 한다_ 국립민속박물관의 관혼상제는 가부장제의 전통을 전시에 표현하고 있다. 여성들과 남성들은 저마다 어떤 일을 맡아 했는지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그 차이가 차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차별로 연결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아들이 태어나기만을 빌었던 ‘기자’나 남아와 여아의 돌잡이 물건을 달리 놓은 점, 상례에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던 점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우동희 경기 화성 서신초제부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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