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 '여농에듀팜' 운영하는 여주농고

2007.03.01 09:00:00


학교기업을 운영하는 실업계고교에서 높은 수익과 교육적 효과를 거두고 있어 화제다. 경기 여주에 위치한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교장 박봉식, 이하 여주농고)는 지난 2004년 3월 교육부로부터 학교기업 실험학교로 지정된 후 2006년에 10억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학교기업이 활성화 되면서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보다 전문적인 농업 경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여주농고는 학교기업을 설립하면서 개발한 ‘여농에듀팜’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유기축산사료, 육가공(소시지), 유가공(요구르트, 우유, 치즈), 화훼포(관엽, 난, 국화 등)의 4개 분야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제2기 학교기업 지원사업계획’에 선정되어 2006년부터 2년간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선진 농업인으로서의 꿈 키워
30여만 평의 넓은 여주농고 교정에 들어서면 우선 본관 건물과 기숙사가 눈에 들어온다.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지만, 건물 뒤로 보이는 높게 솟아오른 공장의 탑과 산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축사들 그리고 수십 동의 온실을 보면 뭔가 특별한 학교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박 교장은 학교기업 운영을 위한 학교시설의 확충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영농 후계자 양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 더 큰 성과라고 했다.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우수한 영농 후계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과거 재래 농업 경영에서 선진 농업 경영을 하는 후계자를 키워내야 한다”며 “학생들이 재배, 사육, 가공, 마케팅까지 원스톱 체제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선진 농업인으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주농고에서는 재학생 중 25%가 넘는 학생들이 학교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대부분의 학생이 관련 학과로 진학을 하거나 취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 육가공 부분의 소시지 제작 관리 담당을 하고 있는 백진옥 기사는 “실습을 통해 배운 경험은 사회에 나갔을 때 기본적인 지식을 남들보다 빨리 이용할 수 있다”며 “우리 학교 졸업생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과 새로운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여농에듀팜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모두 친환경적 제품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유기축산사료의 경우 전국 유기축산농가의 70%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기축산사료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남구현 교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축산사료를 생산하지 않아 유기축산을 시도하는 농가가 적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유기축산사료를 생산하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유기축산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순수익이 발생하면서 이것을 학교와 학생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것도 학교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결과이다. 학교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참여도에 따라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교과를 이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월급 형식의 액수는 아니지만 풍부한 사회 경험과 함께 보상을 줄 수 있어 효과적인 교육이 된다. 학교에서 키우고 있는 주요 가축들(소 171두, 돼지 1800두, 닭 25000수 등)과 온실 20동, 가공실 3동, 농기계실 5동 등을 운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업 정체성 교육을 선도하는 농촌형 농고로서의 자부심이 강화되고, 실습용으로 가꾸고 있던 축산, 원예 작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화 전략이 성공의 비결
여주농고가 성공적인 학교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여주농고는 학교기업 뿐만 아니라 ‘농업계고교 현장체험교육’ 운영, ‘그린피아(Green Pia) 주말 가족 생태 체험 학습장’ 운영과 ‘창업농, 후계농업인 경영기술교육’, ‘비농업계 출신을 위한 직업훈련과정’ 등의 농민 위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2년제 전문대학 학력인정교인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와 농업계 공동 실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활동으로 인해 여주농고를 찾는 사람들은 연인원 7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바쁜 상황 속에서 교직원들은 우리 농업을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학교기업을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전혀 생소한 분야인 기업을 경영하면서 사업자 등록, 회계감사, 상표 등록은 물론이고 식품을 취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각종 허가를 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시장조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내와 할인점에 가도 소시지나 요구르트의 가격과 성분을 살피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웃음을 보이는 박 교장의 모습에서 교직원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본 학생들 또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방과 후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생산 품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일반 기업과의 경쟁을 피해 소규모 생산과 질적인 부분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다. 그동안 소규모의 몇몇 공장에서만 생산되던 유기축산사료를 생산하여 유기축산농가를 직접 관리하고 소시지나 요구르트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소시지의 경우는 무방부제, 무전분, 100% 돈육으로 학교 및 단체 등에 급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위탁판매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급등해 직접 공급하여 가격도 일반기업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구입문의 : 학교기업센터 사무실 031-883-2843)

여농에듀팜의 최종 매출목표는 30억 원.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100% 성장을 이룬 만큼 2, 3년 안에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30억 이상의 매출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교육적 목표에서 벗어나 수익성에 매달리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목표 달성 후에는 품질 관리에 주력할 것이다. 박 교장은 “여농에듀팜 CEO로서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이다”며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 만큼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교기업 운영팀을 담당하고 있는 황병태 교사는 “여농에듀팜의 수익 구조가 사료제품에 치중되어 올해는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축산 가공품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가격에 비해 품질이 확실한 만큼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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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SBE, school-based enterprise)이란
학교기업은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법률 제06878호, 2003.5.27)」과 「학교기업의설치·운영에관한규정(대통령령 18327호, 2004.3.22)」에 의해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실시된 제도로서 학생의 현장실습과 교원의 연구능력을 발전시키고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 등의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정 학과 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교가 직접 물품의 제조·판매·수선·가공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학교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05년까지 40개 학교에 대해 230억 원을 지원하여 7839명(4년제 대학 2677명, 전문대학 2786명, 고교 2376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164명(4년제 대학 83명, 전문대학 71명, 고교 10명)의 신규 인력 채용 효과를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제2기 학교기업(50개교)을 선정하여 2년간 총 248억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여주농고를 포함한 17개 고교가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기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도교육청별로도 실업계고교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권지영 사무관(산학협력과)은 “학교가 선정한 아이템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있지만 기존의 교육현장실습 프로그램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학교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성용 한국교육신문 기자 es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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