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청소 다 했어요.” 맑은 눈망울을 깜박이며 청소 검사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래, 수고했다. 차 조심, 낯선 사람 조심하면서 집에 가려무나.”
신신당부하며 아이들을 귀가시키는 담임선생님. 학생들의 하교 후에는 담임선생님이 손수 청소하시는 시간이다. 항상 청결을 강조하시는 수원 칠보초 민은숙 선생님(6-2반 담임)께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의 손길이 채 닿지 않은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신다.
선생님 입가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 “오늘은 5분 만에 끝났네? 우리 반 아이들 청소실력이 갈수록 나아지는 걸!” 하시면서 아이들의 성장에 감사해하는 혼잣말을 듣노라면 ‘힘들지는 않으실까?’ 는 걱정도 싹 사라진다.
“청소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많이 보았지만, 아이들이 하는 거라 그런지 깨끗하게 하는 경우는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더 깨끗하게 청소한답니다. 바로 요놈 때문 아니겠어요?” 세탁기 본체를 탁탁 두드리시며 다시 수업 준비를 하러 돌아가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은 매우 아름답기만 하다.
그렇다. 수원 칠보초등학교에서는 ‘세탁기’가 층마다 배치되어 있다. 물론 학생들이 고사리같이 작고 여린 손이지만 걸레를 빨아서 청소를 하는 경험 또한 값진 것이다. 그러나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묵은 때로 인해 학생들의 청소 부담은 늘어나되 교실 청결도는 낮아지는 상황을 안타까워하신 수원 칠보초(교장 안영근)에서는 각 층에 ‘세탁기’를 배치한 것이다.


“세탁기 있는 학교는 처음이에요. 세탁기로 걸레를 빨아서 사용하니 청소 부담은 두 배로 줄어들고 청결 상태는 두 배로 좋아졌어요. 아이들의 교실이 더욱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학부모님들의 심심치 않은 감사전화를 받을 때마다 칠보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많은 힘을 얻는다. “세탁기의 장점을 다른 학교 현장에서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내년이면 이 학교를 떠나야하는데 참 아쉽습니다” 고 말씀하시는 김성태 선생님(6-3반 담임)의 표정만 보아도 이 제도의 강점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반대할 선생님들은 거의 없었겠지만 이를 처음 생각해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이는 학교생활 중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살피고 고민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세탁기로 걸레를 빨 때,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굳이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약 80%이상의 때가 빠지기 때문이지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환경의 소중함도 알았으면 하네요.”
교장 안영근 선생님의 말씀 속에는 아이들의 불편한 점을 고려함과 동시에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교육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오늘도 수원 칠보초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유심히 살피시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신다. 오늘의 고민이 내일의 행복과 웃음으로 바뀌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