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정 못 받으면 백약무효, 양성체계부터 손봐야
시대 따라 학교도 인식 바꿔야, 권리·의무 연수 필요
중학교 교육과정 너무 경직, 직업·예술교육 도입하자
모든 교사가 학칙 엄격히 따라야, 예외두면 무용지물
교과부 교육청 간 다툼이 혼란 원흉, 제도 정비 필요

김학일 = 교권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수업 시작하고 학생들 조용히 시키는 데 5~10분, 쓸데없는 농담 등으로 허비하는 시간이 10여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수업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요즘 교권 문제와 관련해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는데 여러 지원책도 좋지만 이에 앞서 교사가 학생·학부모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합니다. 일부 문제교사들의 잘못된 행동이 자꾸 언론에 보도되는 한 어떤 정당한 주장도 국민들에게 지지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교사의 질 확보를 위해 임용단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6개월 간 일선학교에서 인턴교사로 근무하며 교사로서의 종합적 능력을 검증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노기호 = 시대 변화에 맞게 현장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짐작컨데 요금 학부모 대부분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완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학교 현실을 이해하고 법규상 권리·의무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가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전부 담당하기는 무리기 때문에 문제 학생들을 위한 별도 교육기관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송요원 = 외국사례를 보면, 핀란드의 경우 교사 당 학생수를 재정이 허락하는 한 최소로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까지가 인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데, 학생 수를 줄이면 교사 학생 간 레포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안교육기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미국의 경우 대안학교가 잘 돼 있지만 문제학생들이 그냥 습관적으로
드나드는 곳으로 인식해버려서 별 생각 없이 오가다 결국 사고 치고 감방에 가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그래서 한 학교에서는 대안학교 대신 지역 목사·신부님들과 생활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방식을 택해 큰 효과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고 합니다.
구교정 = 저는 학교의 꽃이 교장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 따라 학교가 확 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교사들과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합니다.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그 규칙은 무력화되기 마련입니다. 일례로 학교폭력대책 발표 후 생활기록부 기재가 의무화되자 폭대위가 열리기 전에 주소를 옮겨 전학 갈 것을 권유하는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학생을 위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어떤 제도도 무력화될 것입니다.

송요원 = 학기초에 학생·학부모에게 반드시 교칙을 읽도록 하고 확인 서명을 받아 학교에 보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잘못을 저질러 놓고 모른 채 발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방금 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모든 교사가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학생평가 잘 받으려 피하는 교사가 있다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권이 바로서려면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김 교장선생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입직 전 교육 강화와 함께 입직 후에도 주기적인 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민부자 =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런 문제를 더욱 조장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초·중학교에서는 제재수단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법으로 큰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변호사 등 법적지원체제가 구축되면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학일 = 지금은 학교폭력만 강제 전학이 가능한데, 다른 잘못에 대해서도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 선생님 말씀처럼 특히 초중에서는 더욱 필요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 떠넘기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학생·학부모에게 어느 정도 위기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민부자 = 너무 경직되서 '블랙홀'에 비유되는 중학교 교육과정의 전면 개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성장이 빠르고 개성도 강한 요즘 아이들에게 지적 교육만 강요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적성에 맞는 직업·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구교정 = 요즘 중학교 교실을 보면 학생 30%는 그냥 엎드려 있습니다. 벌점을 줘봐야 실제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냥 우습게 여깁니다. 입시부담이 없으니 공부에 의욕이 없고 선생님도 우습게 아는 거죠. 저는 그래서 지금 6-3-3으로 되어 있는 학제를 5-4-4제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빠른 성장에 맞춰 일찍 상급학교로 진학하도록 하면 진로 등을 고민하며 정신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노기호 = 학제 변화는 교권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 4학년 때 진로를 정하는 독일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상위거나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들은 별 문제가 없는데, 애매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는 것이지요. 이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김학일 = 중학교 단계에서 진로지도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임금 격차입니다. 북유럽처럼 사회 임금차가 적다면 적성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구교정 = 저는 지금 학교현장 혼란의 근본 원인이 교과부와 교육청 간 다툼에 있다고 봅니다. 학교현장이 누구 말을 따라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사이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꼭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문제입니다. 일부 학교의 문제를 자꾸 자극적인 방식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학교가 문제투성이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큽니다. 교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적극 나서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