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내 생애 최고의 김밥

2008.11.05 16:24:04

봉사활동과 체육활동으로 체험학습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일찍 출근해 봉사활동 구역을 정하기 위해 학교를 둘러본 뒤 교무실에서 조 편성을 하고 있을 때, 한 녀석이 찾아왔다. 교무실 주위를 살피며 그 남학생은 김밥과 생수 한 병을 내려놓았다.

“선생님 제가 직접 싼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손은 제대로 씻었니? 설마 김밥에서 담배 냄새 나는 건 아니겠지?”
내 말에 녀석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이 농담 한 거야.”
“선생님, 비닐장갑을 끼고 했으니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학기 초 담임을 맡으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학생이었는데 그동안 흡연 문제로 사연이 많았다. 주위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이 많아 기대가 컸던 이 학생은 5월초 대대적인 단속기간에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다 걸려 처음으로 흡연사실을 알게 됐다. 2학년 때부터 피워오 던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다가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다시 피우게 됐다는 것이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후 이 녀석은 학생부 흡연 단속에 적발돼 학교봉사를 받기도 했다. 또 교내 흡연추방캠페인 기간에는 교감선생님에게 걸려 일장 훈시를 듣고 담임인 내게 인계되기도 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그리고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학교로 모시고 오라고 했더니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그 때 녀석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담임이 책임을 지기로 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던 녀석은 이제까지 그 진지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상담을 할 때면 나던 그 거북했던 담배냄새도 사라진지 오래다.

점심 때가 됐다. 김밥을 열어보니 모양은 별로였다. 하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행여 담배 냄새가 날까 비닐장갑을 끼고 했다는 녀석을 말을 생각하니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강릉문성고 교사
김환희 강릉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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