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토박이말-25> 여러 가지 바람

2006.07.24 09:55:00

허난설헌의 ‘난초’라는 시조를 보자.
“하늘하늘 창가에 난초 잎/어쩌면 이렇게도 향기로울까/하늬바람 잎새에 스치고 나면 그만 스러지고 마는 것을.”

시조에 등장하는 하늬바람은 어떤 바람일까.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바람, 즉 서풍을 말한다. 각각의 방향에 따라 붙여진 바람의 이름을 살펴보자. 동쪽에서 부는 바람은 ‘샛바람’이라고 하고, 남쪽에서 부는 바람은 ‘마파람’이라고 한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큰 바람은 ‘댑바람’이라고 한다.

한편 바람이 부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 ‘바람씨’이다. “바람씨가 사나워지는 것이 비가 올 것 같다.”

바람은 불어오는 방향뿐만 아니라 불어오는 모습, 즉 바람씨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연기의 이동에 의해 풍향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약한 바람은 ‘실바람’이라고 하고, 얼굴에 느껴지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정도의 바람은 ‘남실바람’, 살을 엘 듯이 몹시 찬 바람은 ‘매운바람’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된바람’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된바람은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매섭게 부는 바람, 즉 ‘높바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뱃사람들의 말로 ‘북풍’을 이르기도 한다.

바람에도 이처럼 여러 가지 이름이 있음을 안다면 옷깃을 스쳐가는 바람도 그저 평범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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