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이 2006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인터넷 접수 마비로 29일 오후로 연기함에 따라 최종집계는 안됐지만 지금까지의 지원 경향을 보면 '눈치작전'이 작년보다 극심해졌고 최상위권이나 상위권 학생의 경우에는 하향 안정지원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졸업후 취업전망이 밝은 한의예과와 의예과, 치의예과, 사범대 등에도 예년처럼 지원자가 크게 몰렸다.
◇ 인터넷 접수 마비…원서접수 하루 연장 = 눈치작전이 극심해지면서 당초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일인 28일 접수대행 사이트 서버가 연쇄적으로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각 대학 홈페이지에 연결된 원서접수 대행사이트 세곳에 수험생이 대거 몰리면서 인터넷 사용 속도가 느려지다가 급기야는 서버가 잇따라 다운됐다.
이에 따라 이날 원서를 마감키로 했던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명지대, 한양대, 서강대, 건국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은 29일 정오까지 원서접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대학도 마감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는 모든 대학에 접수마감시간을 1차로 이날 오후 5시까지 연장한 뒤 불편이 계속되면 29일 오후 5시까지 연장해 수험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 지시문을 보냈다.
이번 사태는 올해 서울시립대 등을 제외한 전체 대학이 창구를 통한 현장접수를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수를 받은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막판에 치열한 눈치 작전을 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는 "올해 수능 난이도가 작년보다 높아지면서 중위권 점수대가 두터워졌다"며 "이렇게 되면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눈치작전이 극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일 교육컨설팅 김영일 소장도 "올해처럼 수능의 변별력이 강화되면 상위권 학생끼리는 명암이 엇갈릴 수 있지만 중간층 성적 학생들은 더욱 많아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원서접수 마지막날에 중상위권대학이나 중위권대학에는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게 된다"며 의견을 같이 했다.
◇ 상위권 '하향 안정지원' 뚜렷 = 27일 마감된 서울대의 정시 모집 최종 경쟁률을 볼 때 최상위권 학생의 하향 안정지원 추세가 뚜렷해졌다고 할 수 있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일반전형 최종 경쟁률은 3.95대 1로 작년의 4.97대 1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인기학과인 법대(2.21대 1)와 경영대(2.58대 1), 약학대(3.04대 1), 사범대(3.42대 1)는 전체 평균 경쟁률에 미치지도 못했다.
김영일 소장은 "성적이 상위권인 현재 고교 3학년생 상당수가 올해 자신의 성적으로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대학ㆍ학과에 합격한뒤 재수를 생각하고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 이야기하면 2008학년도부터는 대입제도가 바뀌기 때문에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고교 3학년생들이 일단 대학에 합격해서 휴학을 한 뒤 대입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하향 안정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따라서 연세대와 고려대 등의 합격선이 작년보다 올라가고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에는 조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제7차 교육과정이 첫 적용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2005학년도 전형 정보를 토대로 한 소신 지원경향이 뚜렷해진 점도 서울대의 경쟁률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의학관련 학과ㆍ사범대 대거 몰려 = 한의예과와 의예과, 사범대 등 소위 취업전망이 밝은 학과에 지원자가 예전처럼 대거 몰렸다.
서울대 의예과의 경우 최종 경쟁률은 4.24대 1로 여전히 강세를 보였고 연세대 서울캠퍼스 의예과와 치의예과는 각각 3.28대 1과 3.27대 1(오전 10시 현재)로 전체 경쟁률인 2.4대 1을 크게 웃돌았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의과대학의 경쟁률도 2.85대 1(낮 12시30분 현재)로 전체 경쟁률(2.87대 1)에 육박했다.
연세대의 체육교육학과도 4.58대 1(오전 10시 현재)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지원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인문계의 경우 로스쿨 도입으로 인해 법학과의 지원율은 낮아진 반면 합격선이 그보다 낮은 경영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반면 자연계에서는 의대와 치대, 한의대의 선호가 여전히 두드러졌고 수의학과 및 생명공학, 생명과학 혹은 건축디자인 계통의 선호 증가세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도 "해마다 사범대학의 경우 경쟁률은 물론 합격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는 사범대학의 커트라인이 작년보다 많이 올라가고 의학계열 학과의 합격선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