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전형 비중이 높아지게 될 2008학년 대학입시에 응시할 고교 1년생의 전학자 수가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당초 우려됐던 '하향(下向) 전학'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의 전체 학생대비 전학비율도 2.54%에 불과했으며 전학자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29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14일까지 일반계 고1 가운데 전학을 한 학생은 2천410명으로 작년동기의 2천812명에 비해 무려 14.3% 줄었다.
올해 3월 2천105명이었던 1학년 전학자는 4월에는 215명으로 크게 줄었고 이달들어서도 90명으로 급감했다.
올 3월부터 최근까지 대원외고와 서울과학고 등 8개 외고와 과학고 1학년의 전학자는 63명으로 집계됐다. 외고의 전학자수는 57명이었고 과학고는 6명이었다.
이들 특목고의 전체 1학년생수가 2천481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학비율은 2.54%에 불과한 것으로 특목고 100명 가운데 2.5명만이 인문계고로의 하향전학을 선택한 셈이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된 3월 특목고에서의 인문계로의 전학자는 40명에 이르렀지만 지난달에는 16명으로 절반이상 줄었으며 중간고사 결과가 발표된 5월들어서도 7명만이 특목고에서 이탈하는 등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당초 고교 1년생의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하향 전학' 현상이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됐었다.
현재 고1의 전학은 2학년 1학기까지만 가능한데 이번 중간고사에서 흡족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상당수 학생들이 비교적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
특히 특목고의 경우 내신 성적이 하위권에 위치한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이 그만큼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대규모 학생 이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학기 초에는 '내신전쟁'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학생들이 전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각 대학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에서도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이런 불안감이 어느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전학 러시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특목고·강남 명문고 일단 '안도' = 전학자 이탈현상이 주춤해진 외국어고와 과학고, 강남 명문고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A외고 교장은 "최근 중간고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현재 1학년생 연쇄 이탈 조짐은 없다.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B외고 교감도 "1학년생들이 학기초 이탈할 움직임이 있었다. 앞으로 전학을 선택할 학생들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학생들에게 아직 구체적인 대입전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흔들리는 것은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S고 교감도 "전학을 하려면 이사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예민한 학부모들이 (전학과 관련)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말이 쉽지, 쉽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서 일반계 고교로의 전학, 강남 명문고에서 강북 고교로의 전학, 인문계 고교에서 실업계 고교로의 전학 등 '하향전학 도미노 현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하향 전학·자퇴 선택 학생은 일부 = 반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내신성적이 나쁘게 나올 경우에는 '하향 전학'이나 자퇴를 선택할 학생들도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여고 1학년 Y양은 "과학고를 갈 수 있는 아이들이 일반고로 오는 바람에 중위권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리해졌다. 내신성적이 좋게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실업계로 전학간다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일외고 1학년 김 모군도 "우리학교의 경우에는 입학초 2∼3명의 신입생이 내신 때문에 전학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 1학기 내신성적을 망치면 일반고로 전학을 간다는 친구들도 몇몇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과학고의 한 1학년생은 "이번 중간고사가 첫 시험이라 경쟁은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기말고사 시험결과가 나오면 전학이나 자퇴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 명문고 1학년생을 자녀로 두고 있는 김모(43ㆍ여)씨는 "일단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본 뒤 각 대학들이 입시안을 확정, 발표를 하고 1학년 성적 결과가 나오면 전학여부를 생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