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총학 탄핵안 발의…학생회 진로는

2005.05.16 17:25:00

자발적인 학생들의 서명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 되면서 총학생회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굳이 이 학교의 100년 역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왔던 터라 이번 탄핵안 발의를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탄핵안 발의 과정은 최근 대학내에서 총학생회가 얼마나 일반 학생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지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의 탄핵 서명운동도 한총련계 총학생회에 대한 비운동권 세력의 반발이었고 1995년 건국대의 총학생회 탄핵도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대립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대학내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임 또는 탄핵 움직임은 '운동권-비(非)운동권'의 대립이거나 운동세력 간 노선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었지만 '고대 탄핵안'을 주도한 '평화고대'는 변변한 조직을 갖추지도 못한 자발적 인터넷 모임이었다.

평화고대는 줄곧 "재벌회장에 명예박사 학위나 저지시위의 정당성엔 관심이 없다"며 "왜 총학생회 등은 평화적인 피켓시위를 한다는 약속을 깨고 폭력을 동원해 고대인 전체의 명예를 실추하느냐"는 주장을 해왔다.

운동의 노선이나 기존 운동권에 대한 반발이 아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못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한 이들의 탄핵 서명은 2천명이 넘는 예상외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평화고대'가 16일 발의한 탄핵안에 서명을 한 고대 학생은 2천353명으로 올해 총학생회가 당선될 때 얻은 표(3천700여표)에 비해 결코 작지 않은 숫자여서 총학생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한 학생은 "총학생회가 무슨 일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다만 총학생회가 가담한 불미스런 사건으로 고대가 언론에 오르내려 고대생인 내 체면이 깎인다는 데 '짜증'이 날 뿐이다"라고 말했다.

운동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저 '그들만의 과격한' 투쟁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총학생회 탄핵을 찬성한 이유에 대해 다른 학생은 "총학생회가 없어도 요즘 대학생들은 스스로 잘 알아서 한다"는 '간단명료한' 답을 했다.

총학생회 역시 이런 변화에 맞춰 학생 복지나 면학분위기 조성, 취업에 관련한 공약을 내놓지만 여전히 학생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1996년 연대 사태이후 총학생회가 학생운동의 대표체 기능은 상실했다고 보면 된다"며 "총학생회가 이제 정치적 대변자이기보다 대학의 학문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조직이 돼야 하는데 아직 새로운 흐름은 나타나지 않는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번 이건희 삼성회장 소동으로 자본과 대학 간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탄핵안이 학생의 총투표로 가결될지는 미지수지만 탄핵안 발의 이후 고대 총학생회 뿐 아니라 국내 대학 전체의 학생운동은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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