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의 성교육

2026.10.15 17:15:32

붉게 물든 24개의 컵

한 개의 종이컵에는 빨간 물감을 풀고, 나머지 스물세 개의 컵에는 맑은 물을 담았다. 중학교 3학년 남녀공학 학급에서 진행한 성매개감염병 예방교육의 도입 부분이었다. 한 개씩 들고 서로 물을 조금씩 주고받았다. 한 사람이 다섯 명과 섞도록 하자,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컵이 빨강빛을 띠었다.

 

처음에는 단 한 컵에만 있던 색이 여러 사람의 연결을 따라 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을 상기시키는 동기부여로 진행한 것이었다. 활동의 핵심은 겉모습만으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으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의 관계는 빠르게 성매개 감염병이 옮겨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부여한 것이다.

 

성매개감염병 가운데는 감염되어도 증상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멀쩡해 보이니까 괜찮다’는 생각만으로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걱정되는 상황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Do Test'의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중학교 시기는 신체적·정서적 변화와 함께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때다. 이 시기의 예방교육은 앞으로 마주할 상황에서 자신과 상대의 건강을 지키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제공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질문하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쌍방향 수업으로 이끌어 갔다. 성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다. 학생이 궁금한 점을 묻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정보와 예방과 대처 방법까지 안내해야 한다.

 

학교 현장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학교 성교육에 학교 밖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교육청의 정책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거쳐 마련한 성교육 프로그램에 더 많은 학교가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은 정확한 지식과 존중에 기반한 성교육을 통해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몸과 의사를 존중받을 권리뿐 아니라 상대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강미옥 신경주대 특임교수 moc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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