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을 위해서는 교원의 평가 전문성을 뒷받침하고 채점 공정성을 확보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더라도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보장하고 출제·채점 부담을 줄일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한 '서·논술형 평가 확대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논의와 맞물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논술형 수능 도입과 AI 채점, 학교의 평가 여건 등이 다뤄졌다.
박종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문항 설계의 정교화를 강조했다. 그는 "채점의 공정성 확보는 문항의 타당성이 필요 조건"이라며 "단순히 채점만 잘했다고 공정한 것이 아니라, 그 점수로 내리게 되는 판단의 추론이 모두 타당한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영국 A-Level과 독일 아비투어 등의 사례도 소개하며 "대단위 시험에서의 서·논술형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AI 채점보다는, 인간 채점 설계를 우선하고, 인간 채점 프로세스에서 어떤 부분에 AI를 활용할 것인지를 설계한다"고 제안했다.
정성윤 에듀리프트 부대표는 AI가 1차 채점과 검증을 지원하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인간 참여형(HITL) 모델을 제시했다. 인간 검수 비율을 최소 25%로 설정하고 AI의 신뢰도가 낮은 답안과 이의신청 답안은 사람이 다시 채점하는 방식이다.
정 부대표는 2032학년도 응시자 43만 명, 채점 기간 10일 등을 가정해 답안 12개씩 25%를 검수하려면 약 1610명의 교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지정토론에서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과 업무 부담에 대한 지원이 강조됐다.
김지영 서울교육청 장학관은 "서·논술형 평가의 확대를 개별 교사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며 교육청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AI 활용에서도 교사가 먼저 답안을 검토하고 채점기준을 구체화한 뒤 AI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교사가 평가의 설계와 판단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평가 전문성을 유지하고, 학생에게 평가 결과의 근거를 설명하며, 이를 다시 수업과 피드백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원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욱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는 "교사에게 전문적 평가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구조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면 결과를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항과 채점기준을 교사들이 매번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의 한계를 설명하며 국가 차원의 공동 문항 개발과 교원 연수, 채점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임성은 화성 푸른중 수석교사는 중학교의 탐구 중심 수업과 대입 평가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학교 현장이 아니라, 여전히 정답 하나만을 골라내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대학입시 체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실전 문항 개발과 공동 채점 실습 중심의 연수를 더욱 확대하고, 교사들이 출제·채점 전문성을 연구할 수 있는 협의 시간을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강득구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평가를 준비할 여건의 차이가 학생의 평가 결과를 가르는 일이 없도록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일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학생의 답안을 어떻게 판단하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지, 이의가 있을 때 어떻게 다시 살필지도 함께 설계해야 평가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