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제풀이 연습교육 극복해야 한국교육이 산다

2026.10.07 14:43:47

모두 다른 아이를 하나의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교육폭력
창의성 교육 핵심, 수학과 과학
의대 정원 ‘고교 3년 교육 이수 기반 전형’으로 선발해야
고교 3년, 학교에서 질문을 만들고 탐구학습 경험

우리나라 교육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정부, 교육 책임자, 그리고 정책 담당자에게 묻고 싶다. 또 교사는 무엇을 교육의 원리로 강조하는가? 우리 교육이 지금 제자리를 찾고 있는가?

 

교육의 대상은 존엄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의 출발선은 결코 모두에게 같지 않고 전부가 다르다. 개인차가 존재한다. 아이마다 가정 환경, 경제적 여건, 재능과 경험이 다르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모두에게 똑같은 시험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출발점에 선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공정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행 입시제도처럼 N수생이 유리한 수능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국가가 교육폭력을 방치하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시중에는 1등급 비밀, SKY로 가는 길, 엄친아, 천기누설, 우등생이 되는 비법, 의대, 치·한의대 합격 방법 등 다양한 정보가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교육과 학습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지만, 모든 정보가 개개인의 적합성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는 교육자의 처지에서 보면 잘못된 것도 아니며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자녀의 개별적 학습에 적합하지 않은 정보가 오류를 발생시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개별적 특수성이 잠재되어 있다. 이것을 끌어 내어 발달시킬 수 있는 사람이 부모이며 교사다. 자녀는 어떤 부분에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부모의 멘토링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별히 재능을 보이지 않거나 없다고 판단되면, 주변의 엄친아가 설정되어 '따라하기식' 공부에 입문한다. 선행학습으로 경쟁에 들어간다. 이 방법은 개별적 특수성이 드러나지 않는 보편적 교육방식이므로 큰 효과가 없다.

 

올해 반도체 초호황은 우리를 흔들어 깨웠다. AI의 등장은 통째로 교육판을 흔들고 있다. 천문학적 흑자를 통해 반도체가 돈, 기회, 복지를 넘어 국가 안보 수단이란 점까지 깨닫게 했다. 또 메모리 시장의 우위를 지키는 것과 함께 인공지능(Al)은 물론 자동차 조선 원전 방산 등에서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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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핵심은 수학과 과학이라고 말한다. GPU는 행렬과 벡터의 병렬연산, CPU는 미적분 기반 알고리즘, 딥러닝은 행렬 곱셈, 역(逆)전파는 편미분의 연쇄법칙이다. 확률과 통계 없인 머신 러닝은 불가능하다. 상당수 학생들이 거론된 이공계 수학을 배운 적은 없지만 한국이 어떻게든 수학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들의 시선은 집중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은 문제풀이 수학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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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0% 학생만 놓고 비교한다면 한국 중·고생이 수학과 과학에 들이는 시간과 돈은 세계 최상위권일 것이다. 하지만 수능에 대응한 한국식 반복적 문제 풀이 교육은 당장의 명문대 입시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창의성 토대를 갉아먹는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하던 대로 계속'은 달라질 줄 모른다. 이제 입시를 대학에 맡겨야 한다. 당국자는 수명을 다한 수능에 목메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AI가 정보나 설명을 제공하고, 학생은 질문하고 탐구하면서 올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 나라 우수한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만으로 졸업장을 받는 풍조를 방치하고 있다. N수생이 되어 기숙학원으로 몰리도록 하는 것은 교육정책 당국이 문제풀이 중심인 기존 수능에 의한 입시제도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질문을 해 본다.

 

교육의 중심에 부모가 바로서야 하고 선생님, 학교장이 바로 서야 한다. 학교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한 부분에 있지 않다. 필자는 퇴직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교육을 관찰하고 있다.

 

다음은 한 중학생이 수업을 마치고 쓴 글이다.

"오늘은 코칭 수업을 받았다. 구조화 수업, 공부를 잘하기 위한 강의는 수없이 들어본 말 중 공통점은 항상 복습 해라, 예습 해라, 숙제 열심히 해라 등등 기본적인 말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코칭 수업에서는 무언가 조금 달랐다. '자기 주도 학습'이란 말로 시작해서 학업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도전해라. 성적보다 중요한 건 습관이다라는 말씀들을 통해 내가 더 클 수 있게 된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잘못된 습관으로도 성적을 올릴 줄 알고 어리석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코칭을 통해 자기 주도학습의 중요성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아, 학원을 다녀볼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의지'인 것 같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교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개인별 학생들의 학습을 설계하고 대화와 격려를 통해  인간적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중심 교육 구조로 바꿔야 할 절대 절명의 시기가 아닌가?

 

특히 의대 입시가 고교 교육 전체를 흔드는 상황이라면 이제 입시제도의 질문부터 바꾸어야 한다. ​“누가 한 번 더 수능을 잘 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고등학교 3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가장 첨예한 의대 입시는 ‘N수 능력’이 아니라 ‘고교 3년의 성장’을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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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단순히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이 잘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말을 듣고,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동료와 협력하며, 돈 버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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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은 젊음을 향유하면서 지내야 할 중대한 시기다. 학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평생 공부하면서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입시가 수능 점수를 중심으로 경쟁하게 만들면 학생은 고교 교육보다 현재의 시험문제로 출제되는 것만를 집중하게 된다. 정상적 교육과정으로 대학을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수능을 위한 장기 훈련장이 되고, 부족한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졸업 후 다시 수험생활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교육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고교 3년 교육 이수 기반 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한 줄로 세우는 수능제도를 벗어나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에서 과학적 질문을 만들고 탐구하는 능력을 충실하게 배우고 성장한 학생에게 의대 진학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자녀교육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거나 교육비 부담이 가중될수록 해외유출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N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입시제도를  만들어 내는 국가, 직접 당사자인 교육부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은 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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