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 기술]⑮ 아이에게 무심한 부모, 어떻게 마주할까

2026.10.01 18:35:32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준비물이 자꾸 없는 아이, 알림장이 늘 확인되지 않는 아이, 전화를 걸어도 며칠씩 연락이 닿지 않는 집. 학부모 상담 주간이 돼도 오지 않고, 학기 초 교육과정 설명회에서도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몇 주, 몇 달 이어지면 교사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학교 밖에서는 이 아이에게 누가 손을 내밀고 있을까, 걱정이 떠나지 않습니다.

 

학교 조직내 자원 활용하기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무심한 학부모라는 말을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하다고 보는 자리에 실은 여러 사정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아이가 잠든 뒤에야 집에 들어오는 부모, 자기 몸도 겨우 돌보는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한 부모, 한국어가 서툴러 알림장을 읽기 어려운 이주 배경의 가정이 있습니다. 관심이 없어서 닿지 않는 것과 관심을 표현할 여력이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사나 학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할 일의 방향을 조금 바꿔 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학부모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아이의 오늘 하루를 살피는 것이 훨씬 더 손에 잡히는 일입니다.

준비물이 없으면 반에 여분을 둬 조용히 챙겨주고, 알림장에 스티커 하나 붙여 아이 스스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 이런 작은 챙김이 쌓이면 아이는 학교에서 자기를 기억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그 한 명의 어른이 우리 교사라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 혼자 이 짐을 다 지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 안에는 자원이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상담교사, 보건교사, 교육복지사와 상의하고 필요하면 학생맞춤통합지원회의에 사례를 올리기 바랍니다. 급식비 지원, 방과 후 프로그램, 지역아동센터, Wee센터 같은 자원들도 사정에 맞춰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담임이 가장 빠르게 아이의 눈치를 챌 수 있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를 지킬 실제 자원은 학교라는 조직 전체에 있습니다. 담임이 혼자 감당하려 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교사’와 ‘나’의 경계선 지켜야

 

학부모에게 연락할 때는 판단이 아니라 정보 공유로 접근하기를 권합니다. “아이가 요즘 준비물이 자주 없어서 수업에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 살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처럼 짧고 사실 위주로, 어떤 사정도 짐작하지 않은 채 전하는 편이 좋습니다. 답이 오지 않아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없어도 마음을 다치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가 던진 말이 언젠가 그 작은 파문이 돼 돌아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태도가 교사를 오래 같은 방향으로 걷게 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자주 보이거나, 오랫동안 씻지 못한 채로 등교하는 등 방치의 징후가 뚜렷하게 보인다면 이것은 아동학대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입니다. 신고는 아이를 지키는 최소한의 절차이며, 신고자는 법으로 보호받습니다. 학교 관리자와 반드시 상의하고, 필요하다면 112 또는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이것 역시 담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할 일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교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아이의 오늘 하루입니다. 학부모의 하루를 바꿀 수는 없어도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를 알아주는 어른을 만나는 것은 가능합니다. 교사가 그 한 명이 돼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학교라는 조직과 사회의 몫입니다. 아이를 마음에 담되,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도, 선생님도, 오래 안전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김성효

전북 문창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김성효 전북 문창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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