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535명 시대, 이제 ‘오는 아이’보다 ‘남는 가족’을 봐야 한다

2026.09.30 10:17:35

강원 초·중학교 절반 가까이 학생 60명 이하
학생 유치 넘어 ‘교육정주’ 정책으로

강원 농촌 작은학교를 둘러싼 숫자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강원교육청의 2026년 3월 1일 기준 자료를 보면 도내 초·중학교 515개교 가운데 재적학생 60명 이하 학교는 269개교로 49.4%에 달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355개교 중 202개교, 56.9%가 학생 60명 이하 학교다.

 

반면 농어촌유학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강원 농어촌유학은 2023학년도 2학기 33명으로 시작해 2024년 1학기 134명, 같은 해 2학기 171명, 2025년 1학기 282명, 2학기 360명으로 늘었다. 2026학년도 1학기 실제 운영 인원은 63개교 535명이다. 사업 초기와 비교하면 참여 규모가 약 16.2배로 커졌다.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와 농촌유학 확대라는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작은학교 감소는 구조적인 문제

강원교육청이 2026년 8월 발표한 「2027~2031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2026년 13만113명에서 2031년 10만7522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5년간 2만2591명, 약 17.4% 감소하는 규모다.

 

특히 초등학생 감소 폭이 크다. 도내 초등학생은 2026년 8월 현재 5만8433명에서 2031년에는 4만5661명으로 1만2772명, 약 21.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작은학교 문제를 몇몇 학교의 학생 모집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학생 감소는 학급 편성과 교원 배치, 교육과정 운영뿐 아니라 학교 존립과 지역의 정주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은학교 문제는 결국 지역 교육생태계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함께 걸린 구조적인 과제다.

 

농촌유학, 체험에서 교육 선택지로

농어촌유학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나타나고 있다. 도교육청이 202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프로그램 만족도는 5점 만점에 유학생 평균 4.43점, 지역학생 평균 4.62점으로 나타났다. 또 2025학년도 2학기 유학생 360명 가운데 282명이 유학생활을 이어가기로 해 연장률은 78.3%였다.

 

유학생의 54.4%는 강원 학교에 계속 남고 싶다고 답했고 유학생 학부모의 51.0%는 강원지역에서 졸업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상급학교 진학 학생도 2025학년도 5명에서 2026학년도 12명으로 늘었다.

 

다만 이러한 수치만으로 농촌유학이 장기 정착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문조사의 세부 표본과 응답률이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 정착 여부 역시 장기간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농촌유학이 단기간의 농촌 체험을 넘어 일부 학생과 가족에게 장기적인 교육 선택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나타나고 있다.

 

농촌유학생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농촌학교와 지역소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관심이 ‘몇 명의 학생을 유치했는가’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지역의 상급학교로 얼마나 이어졌는가’, ‘기존 지역 학생은 얼마나 떠나지 않았는가’, ‘유학생 가족이 실제 정착으로 연결됐는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외부 학생을 유치하는 ‘유입’ 정책과 기존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잔류’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농촌유학 역시 유학생만을 위한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학생과 지역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농촌유학 확대가 기존 학생의 교육기회 확대로도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성과지표 역시 유학생 수와 운영학교 수뿐 아니라 지역학생 전출, 유학 연장, 상급학교 진학, 가족의 장기 체류와 정착 여부 등을 함께 추적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작은학교, ‘작아서 가능한 교육’을 만들어야

작은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사실을 교육의 약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대규모학교와는 다른 교육을 설계할 수 있는 조건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학년 간 연계활동, 지역의 자연과 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교육청도 ‘더 나은 작은학교 교육과정 브랜딩’ 등을 통해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과 ‘찾아오는 학교’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작은 규모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마다 생태·산림·농생명·과학·문화예술·지역사 등 지역 자원과 연결된 고유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농촌에 살기 때문에 다니는 학교’에서 ‘그 학교의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학교’로 바뀔 때 농촌유학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학생 유치에서 ‘교육정주’로

농촌유학의 다음 단계는 ‘교육정주’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공식 정책 명칭이라기보다 농촌에서도 자녀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 않고 아이와 가족이 계속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농촌유학을 중학교·고등학교와 진로교육까지 연결하는 장기적인 교육경로가 필요하다. 학교의 교육만으로도 부족하다. 가족이 계속 머물기 위해서는 주거와 돌봄, 교통, 의료, 문화, 일자리 등 생활 여건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는 주거·교통·돌봄 등 생활 기반을 지원하며 지역사회는 일자리와 공동체 참여 기회를 연결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농촌유학의 정책 단위를 개별 학교에서 지역의 ‘교육생활권’으로 넓혀야 하는 이유다. 결국 농촌유학의 성과를 판단하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왔는가'를 넘어 '몇 명이 다시 이 지역의 교육을 선택했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그리고 기존 지역 학생과 가족에게도 '이곳에서 계속 배우고 살아갈 이유가 생겼는가'이다.

 

농촌유학이 학생 유치사업을 넘어 학교와 지역의 삶을 함께 지탱하는 ‘교육정주’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가 이제 다음 과제다.

김홍식 교육컨설턴트 hl2sd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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