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AI 시대 교육 ‘답’보다 ‘생각’ 물어야

2026.09.21 09:10:00

인공지능(AI)은 어느새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며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글과 그림, 영상을 만들거나 여러 정보를 정리하는 데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은 앞으로 청소년에게 필요한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능숙한 사용과 판단·활용 달라

그러나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과 ‘기술이 제공하는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활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AI가 생성한 답변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며, 온라인에는 사실에 근거한 정보와 허위 정보가 뒤섞여 있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 못지않게 정보를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해 책임 있게 활용하는 힘이 필요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는 2025년부터 AI 네이티브인 알파(α) 세대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반영해 ‘디지털 시민성’을 새롭게 조사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성은 온라인 정보의 안전한 이용과 판단, 개인정보 보호, 타인의 자료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태도 등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필요한 책임과 윤리의식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태도다. 인터넷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사실이라면 수용하며,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나 매체가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지를 묻는다. 생성형 AI가 완성도 높은 답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과 근거를 확인해 믿을 만한 정보인지 가려내야 한다.

 

판단하는 힘에는 ‘책임’도 포함된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만큼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개인정보와 권리를 존중하며 기술을 사용하는 태도 역시 AI 시대에 필요한 판단의 일부다.

 

한편 생각과 판단을 어디까지 AI에 맡길 것인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는 정보 탐색을 넘어 글쓰기와 자료 정리, 문제 해결 등 사람이 직접 수행해 온 여러 과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사고 과정의 일부를 외부에 맡겨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이라 한다. AI의 역할이 커질수록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직접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지 구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바르게 판단하는 힘 중요해

이제 교육이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의 사용법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학생이 생각과 판단의 주체로 남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의 근거를 확인하고 자신의 판단을 더하는 과정도 학습과 평가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기술을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기술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바르게 판단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학교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한지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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