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는 것은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건네는 일입니다.”
사람을 믿는 금융으로 금융 취약계층에게 무이자·무담보 소액대출을 이어온 (사)더불어사는사람들(대표 이창호)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서울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3층 강당에서 뜻깊은 기념행사를 열었다.
‘함께 걸어온 15년, 함께 할 15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후원자와 이용자, 유관기관 단체장, 법인 임원, 자문교수단과 자문위원, 퇴임 임원, 출연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15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15년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함께 다짐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단순한 창립기념식을 넘어 ‘사람을 믿는 금융’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금융기본권을 넓히고, 나눔과 신용, 협동의 가치를 사회에 확산시키겠다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비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제1부는 임장원 세명대 교수의 진행으로 개회식과 축사, 활동보고, 기조발표 및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창호 대표는 개회사에서 “지난 15년 동안 더불어사는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후원자와 이용자, 자문교수단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금융기본권에서 출발하여 포용금융을 넘어 복지와 정책참여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며, 누구도 금융으로 인해 희망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고영철 신용협동조합중앙회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15주년을 축하했다. 현장에서는 조성목 (사)서민금융연구원장, 이계문 전 서민금융진흥원장, 홍수연 서울이웃린치과 원장 등이 축사를 통해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지속적인 실천을 격려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정부의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끝내 닿기 어려운 현장의 마지막 공백을 메워 주시는 분들이다”라며 “2030년 누적 100억원을 향한 여정에 금융위원회도 현장의 신뢰 기반 지원모델을 정책에 반영하며 든든한 동반자로서 함께 하겠다”고 했다.
조성목 원장은 축사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실제 도움이 되고 직접 실천하는 서민금융이 되어야 한다”며 “후원금이 더 들어 올 수 있도록 후원자에게 세제 혜택을 더 주어야 한다. 사람을 살리는 금융이 되도록 민간단체 지원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오 사무총장은 ‘더불어사는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발표하며 2011년 창립 이후 이어온 무이자대출사업과 나눔 활동의 발자취를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의 무이자대출은 처음 10만 원에서 시작해 성실하게 상환하면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9월 현재 창립 이후 약 1만1000명에게 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무이자로 지원했으며 상환율은 90% 수준에 이른다.
이어 고동원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기조발표와 토론에서는 ‘무이자대출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했다. 김 박사는 무이자대출사업의 현재 상황과 사회적 의미,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발표했으며,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와 조성목 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논의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지난 15년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지속 가능한 민간 금융복지 모델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행사 프로그램에 담긴 향후 비전도 분명했다. 금융기본권을 출발점으로 성실상환을 통해 생산적 금융을 구축하고, 누적 50억 원 지원과 약 1만1천 명의 수혜자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2030년까지 누적 100억 원 지원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포용금융에서 금융복지로, 나아가 필요한 정책에 참여하고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더 큰 구상이다.
제2부에서는 고동원 교수가 진행을 맡은 작은음악회 ‘동행’이 열렸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문아빈, 테너 용세중, 테너 고동원, 소프라노 안정혜, 테너 구자동 등이 무대에 올라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였다.
‘마중’, ‘청산에 살리라’, 오페라 <토스카> 아리아, ‘그라나다’ 등이 이어지면서 행사장은 어느새 작은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마지막에는 안정혜 소프라노와 구자동 테너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듀엣으로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평택오성산아 풍물놀이를 시작으로 가수 방승호 전 아현정보산업고 교장이 ‘배워서 남주나’와 트로트 메들리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모니스트 한지희는 우리 가곡 ‘향수’ 등을 연주했고, 전광용·우근식(전직 교장) 색소포니스트는 ‘체리핑크 맘보’를 듀엣연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포즐사) 12명이 무대에 올라 ‘오스잔나’ 등을 선보였다.
마지막 무대는 참석자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포크댄스 이영관 강사의 지도로 ‘손수건 체조 태평가’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서로 손을 잡은 참석자들이 우리 가요 ‘만남’을 함께 부르며 4시간에 걸친 15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행사장의 마지막 장면은 이날 행사의 주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누군가는 후원자로, 누군가는 이용자로, 또 누군가는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로 함께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가 손을 맞잡고 한마음으로 노래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15년 전 작은 나눔에서 시작한 무이자대출은 이제 수많은 사람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건네는 금융복지의 한 모델로 성장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이 15주년을 맞아 내건 ‘함께 할 15년’은 더 많은 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넘어, 사람을 믿고 기다려 주는 사회, 나눔이 다시 나눔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함께 걸어온 15년’을 감사로 돌아보고 ‘함께 할 15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은 더불어사는사람들. 이날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 울려 퍼진 ‘만남’의 노랫말처럼, 사람과 사람이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또 다른 희망의 15년이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