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찾는 수능교육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교육 대전환을 이루자

2026.09.10 16:11:37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제도 폐지해야
'점수 높은 학생'보다 의사로 적성 갖추었나 검증
학교를 다시 교육의 중심으로 돌려놓자
N수생들은 교육 실패가 만든 결과물

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가 공개된 이후 교육계의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생의 보고서와 발표문, 독후감과 논술문을 AI가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고, 교사와 대학은 과연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스스로 생각했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이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정답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았는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16년 동안 최종적으로 대학입시로 학생을 평가해 왔다. 그 정점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찾고 정리하며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가? 하루에 한 등급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는 운명을 언제까지 부과할 것인가?

 

필자는 전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수능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입시에 종속시킨 것으로 점수를 더 얻기 위하여 공교육 현장을 떠나 점수만을 반복해서 하는 교육의 장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N수생들은 교육 실패가 만든 결과물이다.

 

학교의 본래 목적은 이처럼 학생을 시험 잘 보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학교란 지식을 배우고, 친구와 관계를 맺고, 갈등을 해결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고민하는 삶의 공간이다. 그런데 수능이 교육의 가장 강력한 기준이 되면서 학교는 점점 입시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변했다. 학생은 국어·수학·영어·탐구 문제를 더 많이 풀어야 하고, 학교 수업보다 문제풀이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교사 역시 학생의 삶과 성장보다 입시에 필요한 내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교육이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수능은 교육을 평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 수능이 학교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AI시대에는 '정답'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AI시대에는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검색하고 요약하며, 글을 만들고 계산한다. 앞으로 이러한 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무엇을 물을 것인가, 왜 물을 것인가, AI가 내놓은 답을 믿어도 되는가, 그 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즉, 미래 교육의 핵심은 정답 생산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 판단하는 능력, 책임지는 능력에 있다.

 

좋은 질문은 단순한 지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경험과 관찰, 호기심과 상상력, 타인에 대한 공감에서 나온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에게 답을 많이 가르치는 곳에서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을 길러주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수능은 이런 능력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선택하는 방식으로는 학생의 호기심, 협력, 공감, 책임감, 창의적 사고, 실패를 극복하는 힘을 제대로 측정이 불가능하다.

 

수능 중심 교육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격차를 확대한다. 수능이 대학 입학의 중요한 기준이 될수록 부모들은 불안해진다. 이 불안 마케팅에 학부모는 안절부절 한다. "우리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한 문제 더 풀 때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불안은 사교육 경쟁으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적 여건이 좋은 가정은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가정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학교 밖 사교육이 입시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면 되는 교육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수능 중심의 경쟁구조를 그대로 둔 채 교사의 열정이나 학교의 혁신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입시제도부터 바꾸어야 한다. 줄세우기 교육이 아닌 각자의 삶을 보장하는성장 중심 교육이다.

 

그렇다면 수능 폐지 이후 무엇으로 학생을 평가할 것인가? 수능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평가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평가를 교육답게 바꾸자는 주장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수능의 비중에서 대학이 어떤 학생이 과연 학업에 적합성을 갖고 있는가는 대학에 맞겨야 한다.

 

예를 들어, 교과 학습 과정과 성취, 탐구활동과 프로젝트, 토론과 발표, 독서와 글쓰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 협력과 의사소통, 예술·체육 활동, 학교생에서의 성장,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색과 성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을 보는 것이다.

 

인재들이 집합하는 의대의 경우 대학은 최종적으로 최근 3년간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고 의대를 지망하였는가를 중점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사교육을 받아 '점수 높은 학생'보다 의사로 인격과 성적을 갖추어 장차 돈 많이 벌 수 있는 전공이 아닌 의사로 '성장할 학생'을 뽑아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만났을 때 필요한 것은 시험 점수만이 아니다. 환자의 말을 듣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 공감하는 마음, 판단력, 책임감이 필요하다.

 

AI가 진단과 의료정보를 지원하는 시대가 될수록 인간 의사에게 요구되는 인간적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보고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시대라면 학생에게 보고서 한 편을 제출하게 하고 그것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고교 3년의 교육이 대학입시로 연결되고, 대학입시가 다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능 폐지는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되찾는 일이다. 수능을 폐지한다고 해서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마다 필요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고, 학생 역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이다. 수능을 폐지한다는 것은 시험을 없애자는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교육을 점수 중심의 입시에서 해방시키고 학교를 다시 교육의 중심으로 돌려놓자는 선언이다. 그 힘을 길러주는 것이 공교육의 본래 사명이다.

 

수능을 없애는 것이 교육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점수 중심 교육에서 성장 중심 교육으로, 정답 중심 교육에서 질문 중심 교육으로, 입시를 위한 학교에서 삶을 배우는 학교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책임을 맡고 있는 교육부 장관을 비롯하여 국무총리, 대통령은 최선의 다해 교육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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