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톡톡톡] 아이들은 왜 15초 쇼츠에 열광할까?

2026.05.07 10:00:00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부터 2분 이내의 숏폼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간간이 터져 나왔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우리의 시선은 영상, 그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에 잠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얼마나 영상에 눈을 빼앗기고 있을까?

 

청소년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20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전국 17개 광역시 초등학교 4~6학년 및 중·고등학생 2,674명 대상) 결과를 보면,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약 3시간 20분에 달했다. 중학생이 3시간 53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 3시간 46분, 초등학생 2시간 23분 순이었다. 중학생의 경우 깨어있는 일과 시간 중 무려 4시간 가까이를 영상 시청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영상의 형식을 들여다보면, ‘롱폼’에서 ‘숏폼’으로의 완벽한 이동이 눈에 띈다. 청소년 10명 중 5명(49.1%)이 ‘숏폼 콘텐츠를 매일 본다’라고 응답했는데, 2022년 조사 당시 숏폼 이용률이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일상으로 완전히 굳어진 수치로 보인다. 과거에는 긴 길이의 유튜브 영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1분 미만의 숏폼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선호 플랫폼의 변화 양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가장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1위가 ‘인스타그램 릴스(37.2%)’로 나타나면서 부동의 1위였던 유튜브(35.8%)를 2025년 처음으로 추월했다. 그 뒤는 유튜브 쇼츠(16.5%), 틱톡(8.0%) 순으로, 사실상 상위권 대부분이 숏폼 전문 플랫폼이었다. 광고·마케팅 전문 기업 메조미디어가 발표했던 ‘2024 타겟 리포트: 10대’에서도 10대의 전체 동영상 시청 시간 중 ‘순수 숏폼 시청 시간’만 일평균 64분으로 집계됐다. 20대(55분)·30대(35분)·40대(41분) 등 전 연령대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긴 시간이다.


초·중·고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장편영화 한 편을 끝까지 감상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매체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학생들이 장편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아키라 미즈타 리핏 남가주대 영화·미디어 연구교수는 “최근 학생들은 니코틴 중독자처럼 (영화) 상영 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아카데미의 풍토 변화를 전했다. 


● 질문: 귀하가 지난 일주일 동안 이용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중 가장 자주 이용한 것은 무엇인가요?

 

적극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도파민
통계가 보여주듯,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하루 평균 3~4시간의 영상 시청 중 상당 부분을 릴스·쇼츠·틱톡 같은 숏폼을 보는 데 소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두 시간짜리 영화는 지루해하면서, 쇼츠는 몇 시간씩 넋을 잃고 보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라는 시스템에 몰입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뇌과학 측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영화와 쇼츠는 서사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영화는 천천히 캐릭터들의 서사를 쌓아가고, 배경을 초·중반부에 녹인다. 영화는 선형적인 구조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견뎌낸 관객들은 ‘지연된 보상’을 얻게 된다. 반면 쇼츠는 15초에서 1분 안에 자극의 절정만을 보여준다. 쇼츠 안에는 서사가 없다. 중년 남자가 젊은 여성에게 한눈에 반하고, 합석에 성공하고 나니, 첫사랑의 딸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영상들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쓱 넘길 때마다 새롭고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전환된다. 뇌에서는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뇌는 힘든 2시간의 기다림 대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즉각적으로 쾌락을 주는 도파민 분비 방식에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뇌의 작동 방식도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려면 앞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고, 주인공과 조연들의 감정선을 유추하며 영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등 뇌가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써야 한다. 반면 쇼츠는 앞서 말했듯 복잡한 맥락이나 서사가 없이, 그저 직관적이고 강렬한 자극만 제공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큰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쇼츠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는 가성비 좋은 오락거리인 셈이다.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 몰입을 ‘강요’ 당하는 현실
위에서는 뇌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서 개인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면,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필요해 보인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좋아하는 멜로·액션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닌 부분도 견뎌내야 결말을 볼 수 있다. 반면 쇼츠·유튜브 플랫폼은 아이가 해당 영상을 몇 초 동안 보고 넘겼는지, 또 어떤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오로지 아이의 시선을 붙잡을 만한 영상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쇼츠나 유튜브를 일단 시작하면, 웬만한 자제력 없이는 멈추기가 쉽지 않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에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츠 플랫폼이 말할 수 있다면 “이게 네가 좋아하는 영상이지? 무한대로 제공할 테니, 계속 봐”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1~2초 단위로 화면이 전환되고, 화려한 자막 효과와 쉴 새 없는 효과음이라는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것이 숏폼 콘텐츠의 전형적인 편집 방식이다. 여기에 자신이 눌렀던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알고리즘 기술까지 결합되면,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콘텐츠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영상을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숏폼 플랫폼은 영화와 지향점이 다르다. 채널을 고정하게 하되, 깊이 감상하면서 생각하거나, 분석하거나, 침잠하게 만들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빨리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릴스·쇼츠·틱톡 등 숏폼 플랫폼이 추구하는 목표다. 

 

무작정 신기술 배척하기보다 잘 활용하는 지혜 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인터넷으로 전 지구가 연결된 사회를 이미 ‘텔레마틱 사회’로 예견한 체코 출신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1920~1991)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은 ‘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단순히 기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를 넘어 기술 발달로 인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학교·학원 뺑뺑이에 지친 아이들은 귀가해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 야근을 끝내고 귀가한 어른 역시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 충전하기를 원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볼 틈도 없는 고된 하루 뒤의 보상에는 쇼츠만 한 것도 없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맥락 없는 서사, 과장된 캐릭터, 화려한 시각 효과와 배경 음악이 끊임없이 제공되는 쇼츠를 보고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휴식을 취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말한 것처럼, 상징계의 대타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우리의 육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충동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데 라캉은 이를 ‘주이상스(jouissance)’라고 부른다. 쇼츠를 시청하는 행위도 그렇다. 주이상스를 부정적 개념으로만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쇼츠를 대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어른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고르다 지쳐서 결국 유튜브 쇼츠를 보는 시대다. 하물며 충동 조절과 깊은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한 청소년들이 이 강력한 숏폼 플랫폼 시스템을 자제력만으로 이겨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길 수 있지만, 이토록 치밀하게 설계된 숏폼 시스템이라는 강적 앞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니까 몇 시간째 넋 놓고 쇼츠에 빠진 아이들에게 “너 당장 핸드폰 꺼”, “너 폰 사용 시간 줄일 거야”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효과는 없을 것 같다. 관계만 나빠질 뿐. 짧은 자극에 길들여진 뇌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원칙을 정해 부모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쇼츠라는 기술의 진보가 주는 정신적 즐거움을 누리되, 쇼츠가 삶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현대인이 기수라고 생각하고, 기술이 경주마(릴스·쇼츠·틱톡 등)라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잘 맞는 경주마를 타야 잘 달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시스템이 만들어둔 경주 트랙을 달리고 있다는 인식 아닐까? 그것이 2시간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다시 긴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이하나 영화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 wks123@tobeunicorn.kr, TEL: 1644-1013,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조성철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