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이십니다” 그만…‘사물 존칭’ 개선 필요 93%

2026.02.15 18:56:32

문체부·국립국어원 공공언어 설문
‘되·돼’ 혼동 90.2%…맞춤법 오류도 상위권
‘맘충·급식충’ 등 혐오 표현도 “자제해야”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품절이십니다”,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등 사물이나 상황에 존칭을 붙이는 과도한 높임 표현을 잘못된 말로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현장뿐 아니라 공공기관 안내문, 언론 보도, SNS 등에서도 잘못된 표현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적 불편이 누적돼 왔다는 점에서, 공공언어 개선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자문회의를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30개 표현을 선별한 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4~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개선 필요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송, 언론 기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국민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들이 조사 문항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전체 30개 항목에 대해 ‘바꿔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 61.8%였으며, 13개 항목은 개선 필요 응답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개선 필요 응답률을 기록한 항목은 ‘과도한 높임 표현’으로, 응답자의 93.3%가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공공장소나 서비스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물 존칭’이 국민에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언어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과도한 높임 표현이 특히 “고객 응대 과정에서 존중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지만, 문법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선어말어미 ‘-시-’는 사람이 주어일 때만 사용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사물이나 상태에 존칭을 붙이는 방식은 올바른 높임말 사용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제품 품절이십니다”는 “이 제품 품절입니다”로,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씀이 있겠습니다”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주문하신 메뉴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표현 역시 “나왔습니다”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높임 표현은 상대방을 공손하게 대하는 수단이지만,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반복되면 오히려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맞춤법과 어법 오류에 대한 지적도 크게 나타났다. 특히 ‘되’와 ‘돼’를 혼동해 사용하는 표현은 응답자의 90.2%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온라인 게시글이나 댓글뿐 아니라 공공기관 안내문, 홍보물 등에서도 ‘안 되요’, ‘하면 되요’처럼 잘못된 표기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에서, 기본 맞춤법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체부는 ‘되다’의 어간인 ‘되’는 ‘되어’, ‘되었’, ‘되어서’로 쓰거나 줄여서 ‘돼’, ‘됐’, ‘돼서’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되/돼’ 혼동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대표적 맞춤법 오류이지만, 여전히 일상 언어생활에서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공공언어 차원에서의 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개선 요구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벌레에 비유하는 ‘맘충·급식충’ 등의 표현은 87.1%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충(蟲)’ 표현은 인터넷 문화에서 확산된 뒤 일상 언어로까지 번지며 사회적 갈등과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한 장애를 질병처럼 표현하는 ‘장애를 앓다’(78.7%) 역시 개선 필요성이 높게 나타났다. 문체부는 해당 표현이 장애를 부정적 상태로 규정하거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를 가지다” 등 보다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자주 잘못 쓰이는 표현으로는 ‘염두하다’(74.8%), ‘알아맞추다’(71.2%) 등이 꼽혔다. 문체부는 ‘염두하다’는 ‘염두에 두다’로, ‘알아맞추다’는 ‘알아맞히다’로 고쳐 쓰는 것이 올바르다고 안내했다.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되던 표현들이 공공언어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언어 사용이 사회적 신뢰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국민 인식 개선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명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쉬운 우리말 다짐 이어가기(챌린지)’를 진행하고, 바른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짧은 영상 콘텐츠(쇼츠·릴스 등)도 제작·배포한다. 특히 SNS 확산력을 고려해 젊은 세대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공공언어·방송언어 개선 국민 제보’ 게시판을 신설해, 국민이 직접 잘못된 표현 사례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제보된 내용은 심의를 거쳐 향후 공공언어 개선 정책과 홍보 자료 제작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일상 속 어려운 말과 잘못된 표현을 발굴하고, 쉬운 우리말 사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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