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수업②] 질문과 학습 대화로 변화하는 교실

2025.10.17 13:56:04

수업 시간, 교사가 질문을 던지자 여기저기 손들이 올라온다. 그러나 친구가 답을 말하자 나머지 손은 이내 힘없이 내려간다. 정답이 나오면 대화는 멈추고 교실은 다시 교사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풍경, 낯설지 않다. 이처럼 정답 중심의 일방적 흐름은 학생들의 생각을 멈추게 한다. 질문이 '탐구의 씨앗'이라면, 그 씨앗을 싹 틔우고 열매 맺게 하는 자양분은 바로 '학습 대화'다. 

 

학습 대화는 질문으로 촉발된 메타인지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타인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더욱 명확히 인지하게 도움을 준다. 이처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심화시키는 것, 즉 질문을 시발점으로 삼고 학습 대화로 나아가는 수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답 확인’을 넘어 ‘의미 구성’

 

교실에서의 대화는 단순히 수다나 잡담을 넘어선 ‘학습 대화’를 의미한다.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비판하며, 새로운 지식을 공동으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학습 대화’다. 기존 수업은 '교사 질문-학생 응답-평가' 구조로 '정답 확인' 형태에 머문다. 하지만 학습 대화는 다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이 정답이 정해진 지식이 아닌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고 내재화하도록 이끈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해 더 많은 정보와 방대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습 대화는 AI를 활용한 개별 학습만으로는 얻기 힘든 가치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길러지는 공감,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사람간에 만나서 느낄수 있는 감정이 있다. 설명하기 힘든 그 미묘한 감정은 배움을 촉발하기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배움은 여러 방향으로 커진다. 학습 대화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비판하게 된다. 바로 의사소통 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단순한 정답을 넘어 삶과 연결되는 의미를 발견한다.

 

안전하고 구조화된 대화 환경구축

 

깊이 있는 학습 대화를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되는 환경이 필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생각뿐 아니라 감정 등이 동원된다. 질문과 학습 대화가 곧 자신이라는 삶을 꺼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의 수다와 달리 분석, 판단, 추론, 문제 해결을 요하는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대화 예절이라는 안전장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 대화 안전장치를 통해 학습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배움이 깊어진다. 어떤 의견이든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복잡한 기법보다 단순하고 구조화된 대화 예절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한 뒤 “네 생각은 어때?”라며 상대의 의견을 묻고, 답변을 들은 후에는 “참 좋은 생각이야”와 같은 긍정적 반응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자. 이 간단한 약속은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여 비판적인 의견조차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말하는 사람 역시 “참 좋은 생각이야”라고 말하며 한 호흡 고르면서 상대의 의견을 차분히 정리할 여유를 갖게 된다. 학습 대화 습관이 자리 잡으면 일상생활 수다에서도 발현되게 된다. 긍정적 의사소통역량이 강화되면 교실을 넘어 일상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 완성

 

질문과 학습 대화가 살아있는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토론으로 사고를 확장한다. 더불어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토대가 된다.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평생 학습 능력으로 직결된다. AI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능력은 정보습득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타인과 소통하며 의미 있는 배움을 확장하는 힘이다. 교사가 질문과 학습 대화를 수업의 문화로 만들 때, 교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활기찬 생각의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질문과 구조화된 학습 대화는 강력한 미래교육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이다.

 

양경윤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질문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저자

양경윤 경남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고마워교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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