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가 한 학생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건이 불거지자 담임교사 오모씨는 대리작성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전말 = 학교측이 제출한 사건개요 등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12월 15일 국사과목 시험 때 다른 교사와 시험감독 시간을 바꿔 자신의 학급에 들어가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의 정답을 바탕으로 전입생인 A군의 답안지를 새로 작성했다.
기말시험이 끝난 후 5일만인 20일 국사 과목 채점과정에서 해당 학생 답안지의 필체가 어른스럽다는 점에서 의심을 한 교과담당 교사가 학생을 추궁하면서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학생 A군을 불러 답안 내용을 확인하자 이 학생은 자신의 글씨라고 우기다 교사가 계속 추궁하자 잘못을 시인했다.
국사과목 시험 때 담임교사 오씨가 미처 답을 채우지 못한 A군의 답안지를 본 후 "알아서 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사회과목 담당 교사가 자신의 과목 답안지를 조사해 본 결과, 오씨가 조작한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에 따라 학교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중간고사 때도 유사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한 결과, 기말고사 때 국사와 사회 두 과목에서만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A군은 이 사건이 불거진 이달 15일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자퇴했다.
▲학교-교사 주장 달라 = 담임교사 오씨도 사건이 불거진 뒤 학교측의 사건개요 내용과 달리 `시험 감독시간을 바꾼 적이 없고 답안을 알아보기 힘들어 다른 교사들이 보는 자리에서 재작성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즉, 학교측이 제출한 사건 개요가 사실과 완전히 다르게 작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지난달 22일 개최한 성적관리위원회에서 오 교사의 경위서를 낭독했다"고 주장, 오씨가 경위서를 임의대로 작성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오씨는 부정행위는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A군은 물론, 그의 부모와 어떠한 사전 교감도 없이 독자적으로 답안지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오씨는 "미국에서 전입해 온 학생이 한국문물에 어둡고 특히 국사와 사회과목이 부족해 단순히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파렴치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A군도 답안지가 자신의 필체와 다르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답안지 대리작성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씨는 교사가 다른 교사에게 요청해 시험감독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답안을 A군 답안지에 옮겨적는 적극성을 보인 상황에서 부정행위가 단지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의문이 남아 있다.
▲'미온 대처' 시교육청 대책은 =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학교측은 시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는 태만한 자세를 드러냈다.
시 교육청도 지난 1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같은 제보가 '비공개'로 게재됐음에도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늑장대처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뒤늦게 특별감사반을 이 학교에 보내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감사를 통해 교육청 담당과의 처리 과정을 조사하고 있지만 미온적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특별감사반을 투입해 조사 중"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해당 교사와 학교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교육청은 특별감사가 끝나는 대로 담임교사 오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