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발표된 서울대 수시모집 전형 결과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일선 군지역의 '인재'들이 대거 합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첫 실시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거쳐 서울대 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경남을 비롯, 충북과 부산 등지의 군지역 학교에서는 이미 검증된 인재들로 대부분 변변한 사교육없이 학교 위상을 드높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남 의령군 의령여고 최란경(18)양은 중학교 때부터 전교 1-2등을 다투며 공부를 잘한 학생으로, 담임교사로부터 `나무랄데가 없다'는 평을 듣는데서 드러나듯 원만한 성격에 친구들사이에도 인기가 좋다.
최양은 건축 노무일을 하는 아버지 최점권(51)씨와 어머니 장춘자(50)씨 사이에 4남1녀중 막내로 생활하면서 넉넉한 가정형편이 아닌 탓에 과외 등 사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 친구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강의하듯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복습하는 공부 방식으로 서울대 인문계열 합격이란 영예를 안았다.
최양은 "가족들의 사랑과 학교의 보살핌, 친구들의 성원으로 합격했다"며 겸손해하면서 "역사를 전공해 일본과 중국의 한국 왜곡문제를 연구하는 훌륭한 역사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평소 차분하고 명랑쾌활한 성격으로 1학년 때부터 줄곧 전교 1등을 도맡아오다 이번에 학교 개교 이후 첫 서울대 합격자로 기록된 경남 함양군 함양고 한보람(19)양도 지역에서는 서울대 합격이 예상됐던 기대주다.
한양은 당초 명문 학교가 많은 인근 거창군 지역 고교로 진학하려 했으나 함양군이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해 장학금을 주며 성원을 쏟는데 자극받아 함양고에 진학, 결국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 창녕군 옥야고 성기진(18)군은 학교 기숙사에서 3년을 생활하며 흔한 휴대전화도 없이 성실히 학업에 매진한 결과 지난 1967년 학교 개교 이후 첫 서울대 합격자란 성과를 낸 케이스다.
16일 오후 윤종민(39) 담임교사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서울대 합격'이 통보되기 전까지도 성군은 정시모집에 대비해 논술과 면접 공부에 한창이었을 만큼 한눈 팔지 않고 성실했던 점이 강점이다.
옥야고 하재경(50) 교감은 "시골 학교인데다 재학생 전체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과외받을 여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적을 내 경사스럽다"며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지원한 기진이가 장차 러시아 관련 분야에서 맘껏 포부를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교 38년만에 부산시 기장군 기장고에서 첫 서울대 합격생이 된 양주영(18)양도 '시골에서도 하면 된다'는 저력을 보여준 경우다.
합격사실 통보와 함께 학교 교문에 '양주영양 서울대 축 합격'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축제 분위기에 빠진 이 학교의 최보일(58) 교장은 "지난 95년 부산시에 편입된 기장군의 경우 농촌과 마찬가지로 교육환경이 열악한데 양양이 이같은 쾌거를 이뤘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 음성군의 매괴고에서도 김현경(18)양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하면서 개교 이후 첫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김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과외를 한번도 받지 못했지만 항상 옆에서 힘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한다"며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웃들의 아픔을 대변해주는 방송국 PD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