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간 진행된 경찰의 대입 수능시험 부정행위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휴대폰 메시지를 활용해 정답을 전송하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부정불감증'의 온갖 사례가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교육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부정행위 `엄지족' 무더기 적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처음 불거진 것은 수능 이틀 뒤인 지난달 19일 광주에서였다.
특정 과목을 잘하는 `선수'가 휴대전화를 숨기고 시험장에 들어가 고시원에 숨은 `도우미' 후배들에게 단말기로 답을 보내면 이들이 `원멤버'로 불리는 부정응시자들에게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은 대학생 9명을 포함한 고등학교 재학생 및 선후배 4개 그룹, 180여명에 달했으며 이중 14명이 구속되고 16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지난해에도 72명의 수험생 및 선후배들이 동원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온 국민이 `수능부정 대물림'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광주에만 국한됐던 수능 부정 수사는 지난달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이동통신 3사의 수능 당일 숫자 메시지를 조회하는 `저인망' 수사를 펼치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수사 도중 청주에서는 입시학원장이 시험장의 삼수생에게서 언어영역 정답을 전송받아 인터넷으로 수험생 10명에게 재전송하는 첫 `웹-투폰'(Web To Phone) 부정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숫자메시지 수사 등으로 299명의 부정행위 관련자가 적발되고 226명의 수험생이 `시험무효' 처분을 받았지만, 숫자메시지 위주의 1차 수사에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자 경찰은 `문자+숫자' 메시지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이동통신업체들로부터 1만9천800여건의 문자+숫자 메시지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이는 한편 기존 숫자메시지 자료도 다시 정밀 검색해 83명의 부정행위자를 추가로 적발해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유행어를 활용한 `222너222'(이 안에 너 있다)처럼 수능과 전혀 관계없는 메시지들이 조사대상에 올라 애꿎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올해 수능시험과 관련돼 지금껏 부정행위가 적발돼 형사입건된 수험생 및 관련자는 모두 374명에 이른다.
◆ 대리시험 13명 적발.."교육개혁 계기 삼아야"= 이번 수능부정 수사에서는 총 6건, 13명에 이르는 대리시험 부정행위 관련자도 적발됐다.
부산에서 검거된 재수생의 경우 어머니가 의대생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해 현금 30만원과 수능 성적에 따른 성과금 지급 약속을 대가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한 `빗나간 모정'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수능 대리시험을 의뢰했다 적발된 한 수험생은 올해도 서울대 중퇴 생에게 현금 120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했다가 두 사람 모두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정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만연된 듯한 수능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그릇된 교육 현실이 이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며 교육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유재봉 교수는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면 `공부 잘 하는 학생은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것"이라며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반칙'에 무감각한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 했다.
유 교수는 "경쟁사회 속의 압박으로 교육현장에서 인성교육은 자취를 감춘지 오 래됐다"며 "점수와 성적으로 가득찬 학생들의 머릿속에 이제는 도덕과 올바른 가치 관을 불어넣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오윤자 교수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학생 스스로가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