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와 교육의 소명

2022.08.03 16:55:09

온 나라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들끓고 있다.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학부모, 교사, 교육계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절대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선진국 수준의 우리 초등학교를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켜 보자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며 “학제 개편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섣부른 판단으로 누가 봐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다. 특히 당사자인 학부모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은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결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정책 기반의 합당한 이유라는 사항들도 명분은 국가를 위한 정책인 것처럼 들리지만 이는 국민적 의견수렴과 합의도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치적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아들의 정서와 신체적 발달 과정, 인지과정을 무시한 아동학대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추세는 초등학교의 입학 연령을 하향하는 경향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해당 국가들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과 국민의 교육 의식에 근거한 것으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 마디로 그들은 아동의 행복에 우선순위를 두고 아동을 위한 문화이자 정책이고 교육적 수단이다. 혹자는 우리도 근본 의식에는 차이가 없다고 하겠으나 우리의 경우는 실제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것이 문제다.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교육에의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의 괴리가 너무도 크며 각종 아동 복지정책도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초등학교 3학년생의 절절한 사연을 들어보자. 그는 친구들과 함께 부모들이 이끄는 학교 탐방에 얼떨결에 참여했다. 그런데 드넓은 어느 대학교의 육중한 교문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이를 담임교사에게 보내어 여기가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나중에 여기 오려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친구들을 학원에 보내 선행학습으로 수능 과목들, 특히 고급 수학을 배운다는 사실도 말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머리 아파하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것이 더하거나 뺄 것이 없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지난 모 방송국의 ‘SKY 캐슬’이란 드라마는 우리의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인기를 끌었다. 이미 다 아는 일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입시에 매몰되어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상을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개인과외를 하며 살아간다. 낮에는 학교에서 내신성적을 위해, 밤에는 학원에서 수능 시험을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선행학습과 과외로 자유롭게 쉴 시간조차 없이 어린 시절부터 시달리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교육이 온통 상급학교 진학, 아니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이런 과정을 위해 우리 아이들을 1년이라도 먼저 학교에 빨리 보내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직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만 5세의 아이들이 과연 적응하고 버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잔인하다. 그들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행복할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박탈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아동학대치고 이런 잔인함이 세계 어느 나라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현대 독일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유럽, 북미, 그리고 자국에서 68혁명을 치르며 ‘경쟁은 야만’임을 강조했고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 없는 학교와 꿈과 끼를 키우며 아동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학교를 만드는 데 교육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런 환경이 형성된 독일에서 자란 한국에 거주하는 어느 독일인 방송인은 “고등학교 시절이 매일매일 축제의 분위기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이 전쟁과도 같았다”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고백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사실이다.

 

이처럼 국가와 문화에 따라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다르다. 우리는 모든 것이 경쟁 최우선주의다. 경쟁이 대한민국의 국시(國是: National policy)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 독일 및 북유럽 선진국들의 교육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을 돌려줄 수 있을까? 하루에 몇 곳의 학원을 돌며 지친 몸으로 생각하는 자유조차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 고통을 1년 더 앞서 제공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기만 할 뿐이다.

 

이런 냉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일부만의 사실이라고 할 것인가. 우리의 유, 초등교육은 보편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서 볼 때 우수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우수한 교사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점차적으로 교육복지가 어느 정도 실현되기 때문이라 믿는다. 또한 미래 첨단 교육시설과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교 교육의 혁신도 일정한 공헌을 하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중등교육, 특히 고교교육과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이 문제다. 대학입시에 매몰된 고교 교육은 거의 졸도 상태이고 대학교육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거의 무능할 정도로 한참 밀려있다. 따라서 비교적 잘 나가는 유·초등교육 시스템의 개선보다는 고교 및 대학교육에의 혁신이 더 시급하다 할 것이다.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들 교육기관에 대한 국가의 투자 비율이 거꾸로 가는 까닭이 바로 그렇다. 대학에서는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79%)에서 일부를 대학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최우선은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 교과의 운영을 의무화해서 그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이 아닌 협력과 연대를 통해 집단지성을 배우고 미래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민주시민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여기엔 어른들의 의식혁명이 우선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어른들도 행복하다. 가급적 어려서부터 행복을 체험하는 것을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연계해서 지속될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행복교육 구현’은 지체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뉴 노멀(New Normal) 가치이자 소명이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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