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경제]알아두면 쓸모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

2021.10.25 09:52:03

금융으로 다지는 탄탄한 은퇴 ⑧

[이범용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올해 초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법률이 시행됐다. 바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다. 그동안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은행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보험업법’ 등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해 보호 수준이 다르거나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관련 규제들을 통합한 금소법을 제정해 올해 3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금융상품 판매 전, 중, 후의 전 과정에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구축했으며 금융회사의 의무를 강화했다.
 

금소법은 동일 유형의 금융상품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자 금융상품을 4개로 분류했다.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원음이 보장되는 ‘예금성’, 펀드처럼 투자수익이 발생하고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 ‘투자성’, 보험처럼 보험료 납입 후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받는 ‘보장성’, 대출처럼 금전 등을 빌려 사용 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대출성’ 상품이 그것이다.
 

금융상품 외에도 동일 유형의 금융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자 금융상품 판매채널을 업무 특성에 따라 ‘직접판매업자’, ‘판매대리·중개업자’, ‘자문업자’로 구분했다. 또 금융소비자를 일반금융소비자와 전문금융소비자로 구분해 일반금융소비자를 더 두텁게 보호한다. 전문금융소비자는 금융상품에 관한 전문성, 자산규모 등에 비춰 금융상품 계약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있는 금융소비자로 금융회사나 상장법인 등이 해당된다. 대다수 개인은 일반금융소비자에 해당된다.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①6대 판매원칙=과거에는 일부 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던 6대 판매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해 보호를 강화했다. 먼저 적합성 원칙은 금융업자가 금융상품 판매 시 소비자의 연령, 재산 상황, 거래목적, 투자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금융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부적정할 경우 이를 고지 및 확인하는 ‘적정성 원칙’, 금융상품 권유 또는 금융소비자 요청 시 수익 변동 가능성 등 금융상품의 중요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설명의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광고 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적합성의 원칙과 적정성의 원칙은 유사한데 기본적으로 적합성 원칙은 금융회사 등이 금융상품을 금융소비자에게 권유할 때 적용되고, 적정성 원칙은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 등의 권유 없이 자발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②청약철회권=금융상품에 가입(또는 청약)한 후 과정에 등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일정기간 내에 중도해지수수료와 같은 불이익 없이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과거에는 일부 보험이나 대출에만 적용됐지만 금소법을 통해 예금성 상품과 투자성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보장성 상품의 경우 원칙적으로 모든 상품에 대해 청약일로부터 30일 이내 또는 보험증권 수령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자동차보험과 보장기간이 1년 이내인 보장성 상품 등 일부는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보험 등에 가입할 때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가입 이후 불필요하다 판단되면 청약철회권을 행사해 가입을 철회하면 된다.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는데 이미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철회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며칠 후 상해를 입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이를 모르고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 보험계약은 유지되고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다만,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면 청약 철회의 효력이 발생한다.
 

투자성 상품의 경우 상품구조가 복잡해 일반금융소비자가 계약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위험성이 높은 상품 등 일부 상품에 한해 계약체결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투자를 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철회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투자 전에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대출성 상품의 경우 법 시행 이전에도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횟수 등에 제한이 있었다. 금소법 시행으로 이런 제한은 사라졌으며 대출을 받은 후 14일 이내(계약서류를 제공받은 날, 계약체결일, 대출금 지급일 중 가장 늦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청약철회권을 행사하고 이용한 기간만큼 이자를 납부하면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③위법계약해지권=금융회사가 판매원칙(광고 규제 제외)을 위반한 경우 금융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금융회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했더라도 무조건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소비자가 위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가능한데, 여기서 위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라는 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내다.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면 위약금이나 해지수수료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원금을 모두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계약은 해지시점 이후부터 무효가 되기 때문에 계약체결 후 해지 시점까지 발생한 비용 등은 돌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비용을 공제한 금액만 돌려받게 된다. 예컨대 대출의 경우 해지시점까지 발생한 대출이자, 펀드의 경우 펀드수수료 및 보수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는다.

 

분쟁조정제도(사후구제) 강화

 

[분쟁조정제도 절차]

 


분쟁조정제도란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을 조정해 금융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구제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안건이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의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 면에서 유리하다.
 

분쟁조정안을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 수락하면 해당 조정안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돼 추후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거나 번복할 수 없으므로 수락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 제도는 금소법 도입 이전부터 있었지만 금소법에서 더욱 강화했다. 첫 번째는 ‘소송중지제도’ 도입이다. 분쟁조정 신청 전후로 소송이 제기된 경우 담당 법원이 분쟁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시킬 수 있는 제도다. 두 번째는 ‘소액사건 분쟁조정 이탈금지제도’다. 금융소비자가 신청한 2000만 원 이내 소액사건분쟁조정의 경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정안을 받기 전까지 금융회사 등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기존에는 분쟁조정 중이더라도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분쟁조정이 중단돼 금융소비자는 원치 않더라도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낀 금융소비자가 소송을 포기하거나 금융회사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즉, 금융회사가 소송으로 금융소비자를 압박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료열람 요구권’도 보장한다. 예전에는 녹취록 등을 요구하면 영업기밀이라며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금소법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계약 체결’, ‘계약 이행’, ‘금융상품등에 관한 광고’, ‘금융소비자의 권리행사에 관한 자료’ 등을 유지 및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는 이를 통해 분쟁조정이나 소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거래목적·손실 가능성 등 확인

 

피해를 입고 해결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더 유리하다. 금융상품 거래에 앞서 다음과 같은 점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①거래하려는 금융회사가 등록·허가받은 업체인지 확인=등록 또는 허가받지 않은 금융회사와 거래할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분쟁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신속한 구제가 어렵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조회해보면 된다.
 

②상품이 거래목적에 적합한지 확인=감당할 수 있는 원금 손실 수준, 거래 기간 등 본인의 상황을 신중하게 검토 후 거래하는 것이 좋다. 또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직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받아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입은 피해는 본인의 잘못된 정보 제공이 원인이기 때문에 보상 받기 어려울 수 있다. 
 

③원금 손실 가능성, 거래비용 등 확인=상품설명서, 계약서 등을 거래 전후로 꼼꼼히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추가 설명을 요청하거나 거래를 중단하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투자성 상품처럼 복잡한 상품일수록 이해가 더 어려울 수 있는데 최소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나 거래비용 등은 반드시 이해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 서명 시 원칙적으로 관련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돌아가므로 서명은 직접 하되 다시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④상품설명서, 계약서, 광고자료 등 자료 보관=상품 가입 당시 제공받은 상품설명서나 계약서, 광고자료 등은 향후 분쟁 발생 시 증빙자료로 활용 가능하므로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자료열람요구권으로 이런 자료를 추후 제공받을 수도 있지만 상품 가입 당시 자료에는 가입하면서 금융회사 직원이 체크해 줬던 사항이나 추가로 메모를 해놓았던 것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버리지 말고 따로 챙겨둘 필요가 있다. 

이범용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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