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오솔길-29> 순환의 원천

2004.03.25 09:26:00


전기에너지는 편리하지만 너무나 친밀해서 거의 공기나 물처럼 자연스런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처럼 널리 쓰이고 있음에도 전기에는 많은 신비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전류가 전구나 다리미 등에서 '소모'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전구의 경우 빨갛게 달궈진 필라멘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다리미에서는 뜨거운 열이 방출되어 나온다.

그런데 전류는 '전자의 흐름'이라고 배운다. 따라서 마치 석탄과 석유가 불꽃 속에서 사라져가듯 전자의 흐름도 전구나 다리미에서 그들의 몸을 사르며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지와 전구를 연결한 간단한 전기회로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곧 알 수 있다. 전자는 전지의 -극에서 나와 전구를 거쳐 +극으로 돌아간다. 이때 나간 전자는 고스란히 돌아오므로 도중에 소모되지 않는다. "과연 그렇다면 빛과 열을 뿜고 모터를 돌리고 스피커에서 음을
만들어내는 전기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답은 "전기에너지 = 전압 * 전류"라는 간결한 식에 들어 있다.

전기에너지에 대한 이 식은 물의 순환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강물은 깊은 산 속의 어디선가 시작해서 큰 흐름을 이룬다.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강물을 그저 흘려보냈지만 전기에너지를 알게 된 후 댐을 만들고 발전을 했다. 이때 물은 댐의 높이에 따른 위치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내놓으면서 하류로 흘러간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데 거기에서 태양열을 받아 높은 하늘로 올라간다. 하지만 하늘이 물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의 농도에 이르면 필연 응축이 일어나고 그렇게 땅으로 떨어진 물이 다시 강을 이룬다.

이러한 물의 순환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롤러코스터는 활주를 시작하기 전에 견인장치에 의해 가장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려진다. 그런 다음 등락과 회전을 반복하지만 한 바퀴의 순환을 마치고 돌아오기까지 오직 처음 받았던 에너지로 운행된다. 물의 경우 그 원천은 태양이다.

태양에 의해 구름까지 올려진 물은 이후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이 위치에너지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전기는 전지나 발전기가 태양의 역할을 한다. 전지나 발전기는 들어오는 전자를 높은 위치로 올린다. 이렇게 형성된 높이가 전압이고 이후 전자는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로부터 떨어지는 운동을 계속한다. 이에 비해 전류는 '물의 양'에 해당한다. 같은 높이라면 큰 강에서 더 많은 발전이 이뤄지듯, 궁극적으로 전기에너지는 전압과 전류의 곱으로 결정된다.

한편 최대의 에너지원인 석유의 연소에도 전자의 흐름이 관련된다. 화학적으로 볼 때 연소반응의 본질은 전자의 재배치이다. 석유가 연소를 거쳐 이산화탄소가 되는 것은 전자가 위치를 바꾸어 재배열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나온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하여 다시 화석연료가 되므로 이 순환의 원천도 태양이다.

다만 아직껏 태양에너지의 원천인 핵반응의 순환과정은 불명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우주가 일회성인지 순환성인지의 문제는 미래 세대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고중숙 순천대 사대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