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오솔길-24> 황금비의 신비

2004.02.18 16:49:00


그리스의 수학이라 하면 통상 기하학을 가리킨다. 플라톤이 스스로 세운 학교 '아카데메이아'(Akademeia)의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간판을 내건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하학은 바로 수학이었고 나아가 모든 학문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이와 같은 정신적 경향이 확장되었던 때문인지 그들은 아주 미묘한 것에 대해서도 수학적으로 고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황금비'(golden ratio)는 대표적 예인데, 이는 인간의 감정에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례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비례는 단순한 관계로부터 얻어진다. 즉 어떤 길이를 두 부분으로 나눌 때 '전체 : 큰 부분 = 큰 부분 : 작은 부분'이 되도록 하는 값이 그것이다. 식으로 나타내면 '1 : x = x : (1-x)'가 되고 이를 풀면 가 얻어진다.

이 두 값을 구체적으로 써보면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큰 값은 1.6180339887…이고 작은 값은 0.6180339887…로 소수점 이하의 값이 똑같다. 이 두 값을 모두 황금비라고 부르는데, 암기할 때는 하나의 값만 새겨두어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서로 역수 관계에 있다는 점, 그리고 '1 : 큰 황금비의 제곱근 : 큰 황금비'로 된 삼각형은 직각삼각형이 된다는 점도 신기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이 직각삼각형의 비례로 건축되었는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데에는 이런 신비가 숨어 있었다. 이뿐 아니라 황금비는 수많은 조각, 그림, 건축 등에 활용되었으며 자연계와 인체의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왜 황금비가 인간에게 아름답게 비치는가?"하는 점이다. 황금비의 유래와 응용 사례는 풍부하지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거의 나와 있지 않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황금비 외에 인간이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비례로 '등분'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이고, 오각형의 별, 육각형의 눈 결정 등 수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등분의 핵심은 균형과 안정이다. 즉 본질적인 미의 감각은 '안온한 느낌'이며 그렇기 때문에 등분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황금비는 등분이 아닌데도 왜 아름다울까? 그것은 비록 등분은 아니지만 '전체와 부분'의 비율이 '부분과 더 작은 부분' 그리고 '더 작은 부분과 더욱 더 작은 부분, …' 등으로, 크기는 달라지더라도 '균등'하게 유지된다는 점에 있는 듯 하다.

이런 사실은 소라고둥, 송골매의 사냥 경로, 물이나 바람의 소용돌이, 태풍의 눈 그리고 광대한 성운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큰 범위로 확장해도 황금비는 그대로 적용되며 이와
같은 '비례의 균등성'이야말로 황금비가 품은 깊은 신비의 본질이라고 생각된다.
고중숙 순천대 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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