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오솔길-15> 질문 속에 답이 있다

2003.10.30 10:56:00


요즘 우리 공교육의 위기가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 일간신문의 기사에 어느 선생님이 제기한 또 하나의 문제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학교 교실에서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교실에서는 질문이 별로 없었다. 주입 및 암기식 학습, 빡빡한 진도, 선생님의 권위 의식 등 때문에 자유로운 질문-토론식 수업은 바라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선 학업이 뒤쳐진 애들은 관심이 없으므로 질문도 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는 애들의 경우 교과과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므로 질문할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사교육이 워낙 발달되어 웬만한 질문과 답변은 그곳에서 다 처리한다. 또한 수능시험이란 것도 뭔가 사고력을 많이 요구한다기보다 '실수 안 하기'가 관건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면 더 이상의 실력 향상을 꾀하지는 않고 지루한 반복 숙달에 매달린다. 그러다 보니 한 학기가 다 가도록 질문 하나 받지 못한 채 수업이 마무리된다.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중 교육자로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런데 그가 애용한 교수법이 바로 문답식 대화법이었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은 불멸이다. 그러나 육신은 소멸하므로 새로운 몸을 빌어 거듭 태어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새로 태어나는 인간에게는 이전의 모든 지식들이 잠재적 상태로 갈무리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의 기본 목표는 우선 이 잠재적 지식을 현재화시키는 데에 있다. 말하자면 '지적 탄생'을 도와주는 일이라 하겠고, 이 점에서 그의 교수법을 '산파법'(産婆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교수법 자체는 이후 면면히 이어졌으며 사실상 오늘날까지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생각해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걸출한 제자들이 그의 뒤를 이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원로 물리학자 존 휠러는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수많은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했다. 그리하여 20세기 후반의 미국 물리학자들로부터 '위대한 스승'으로 꼽힌다. 그는 제자들에게 항상 영감 어린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제자들은 그 질문을 붙들고 며칠을 궁리한 후 휠러와 토론을 벌이고 새로운 문제를 안고 온다.

그의 제자 가운데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파인만도 있다. 파인만도 휠러처럼 가르치는 일을 사랑했다. 그는 학생들의 질문에서 자기도 깜박 잊고 넘어갔던 심오한 것들을 발견하며, 새로운 연구 주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강의 부담이 없는 자리를 제시한다고 해도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질문이 사라져 가는 우리 교육 현장은 참으로 삭막하다. 실제로는 이러한 교육 현실의 문제 자체가 마냥 해답 찾기에만 급급해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본원적 해결보다는 거의 언제나 임시방편적인 대증요법만 떠오른다. 이제라도 우리 자신부터 올바른 질문을 제기할 생각을 가져야겠다. 비록 완벽한 해답을 보장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올바른 해답은 필연 그 범위 내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중숙 순천대 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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