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오솔길> ⑧ 일석이조의 교양

2003.09.04 10:04:00


잘 알려진 이야기로 아주 오래된 고대의 이집트 비석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는 것이 있다. 이를 들을 때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과 똑 같은 현상이 수 천년 전부터 있어왔는지를 생각하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만일 이 이야기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의 사회는 어찌되었을까. '버릇없음'이라는 현상이 계속 누적된 결과 지금쯤 이 세상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통 버릇없는 사람들로 넘쳐나 혼란과 분규의 도가니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정말로 위 이야기가 옳을 경우 실제로는 인간 사회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기는커녕 오랜 옛날에 이미 끝장나버렸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는 오늘날에도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위 문구에 부분적으로는 수긍하는 한편 이 말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자체에도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문제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점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잘못'이란 점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좀 다르면 (차분히 비교 검토해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향은 상대방이 자기보다 어린 사람일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이때 어린 상대방은 인생 경험과 표현력이 부족한 탓에 이 난관을 제대로 타개하지 못한다. 따라 서 그 행동은 상당히 무리한 방향으로 드러나며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것이 '버릇없는' 모습으로 비쳐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인상이 한번 새겨지면 이른바 '낙인 효과'에 의해 계속적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청소년은 별다른 사심이나 반항감 없이 자기를 둘러싼 여러 환경에서 배운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만 그럴수록 더욱 깊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세월이 지남에 따라 무의식적 과정 속에서 세대간의 이해와 타협이 이루어져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회복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이해와 타협의 과정을 좀더 명확히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어른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배우는 중고교 교재를 가끔씩이나마 다시 들춰볼 필요가 있다. 한 세대를 약 30년으로 잡는다면 부모와 자식간의 학습 과정 차이도 대략 그 정도이다. 그런데 요즘 교재들의 내용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다르다.

따라서 부모의 머리에 예전의 지식이 그대로 들어 있는 한 세대간의 사고 차이는 해소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구의 사고가 변화되어야 할까. 대학 입학 후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사는 전공 분야로 좁혀진다. 따라서 폭넓은 교양은 대개 중고교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중고교 교재만큼 공들여 쓰여진 것도 거의 없다. 평생 교육이 상식처럼 인식된 오늘날 이를 통하여 최신의 교양도 익히고 세대간의 갈등도 줄인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고중숙 순천대 사대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