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교육 소홀히 하지 말아야

2006.06.14 21:18:00

오늘은 TV는 물론 신문에서도 온통 월드컵 승리소식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도 시간마다 월드컵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통해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될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실종된 시민의식을 지적하는 기사가 있어 읽어보았더니 ‘한국팀의 첫 승리를 견인한 뜨거운 응원 열정은 2002년 그대로였지만 깔끔한 뒷정리로 세계를 감탄시켰던 4년 전 시민의식은 돌아오지 않아 월드컵 원정 첫 승의 감동에 흠집을 남겼다’고 하네요.

‘30여 만 명의 인파가 몰려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던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거리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신문지와 먹고 버린 음식용기, 그리고 맥주캔과 바람 빠진 응원 도구 등으로 온통 뒤덮였다.’는 기사를 보고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금할 길 없습니다.

어느 네티즌의 글 중에 ‘가나전 할 때 남의 나라 국가 울리는데 북치고 장구치고 그러지를 않나.. 암튼....응원을 해도...생각 좀 하구 해라’고 하는 말도 가슴에 와 닿네요.

오늘 쉬는 시간에 예쁜 3학년 학생 셋이 찾아왔습니다. ‘교감 선생님, 어제 축구 보셨습니까? 그래’, 한 학생은 ‘저는 3:1로 이긴다고 내기 걸었는데 졌습니다.’ 또 한 학생은 ‘저는 2:1로 이긴다고 내기 걸었는데 이겼습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한 학생이 ‘프랑스와 경기하면 누가 이기겠습니까? 몰라, 우리가 이겨야지’, ‘프랑스와 경기 때는 새벽 4시에 경기를 하는데 봐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그건 본인의사에 따라야지’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면서 ‘프랑스와 경기에서 누가 이기는지 내기할래요? 내기는 안 해.’이렇게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또 다른 선생님에게로 가더군요.

월드컵은 분명 우리들에게 나라사랑 마음도 갖게 하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게 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오직 승리’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한국국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을 망각한 채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금도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어긋난 행동들을 보면서 기본교육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어제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70분 동안 식당 입구 옆에서 학생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학생들이 식사 후 물을 마시면서 컵이 바닥에 떨어져도 아무도 줍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나 한참 지켜보았지만 수십 명의 학생이 거쳐 지나갔는데도 한 명도 줍지 않았고 물컵은 개밥에 도토리 취급을 받으며 이리 차이고 저리 차였습니다. 몇 개의 컵이 떨어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다 못해 할 수 없이 저가 가서 일일이 컵을 주워 정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은 기본이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실천을 하지 않습니다. 휴지 줍는 것은 청소담당자나 청소도우미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컵이 떨어진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쯤 별거 아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쓰레기 버리지 않거나 줍는 것은 가장 적은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도 그게 지켜지지 않습니다. 또 떨어진 컵을 줍는 것도 기본인데도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기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내기하는 걸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예사로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바른 생각과 바른생활습관 형성이 이루어졌더라면 이러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기본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런 상태에서 졸업해 사회에 나가니 월드컵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국민의식이 따라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가정교육, 초등교육 할 것 없이 중등교육을 맡은 우리까지도 나쁜 습관이 몸에 배이기 전에 휴지 하나 줍는 가장 사소한 것부터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바른 생각, 바른 행동을 할 줄 아는, 기본이 제대로 된 사람으로 성장하여 건전한 국민의식을 가진 건강한 국민이 되도록 가르치고 이끌어 가야 할 분은 바로 우리 선생님들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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