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물이요? 볼 수 있나요?"

2015.11.20 12:34:44

'입상작 공개' 훈령 불구, 연구물 태반 死藏
당국, 홍보·관리 방치…등급만 매기고 "끝?"

연구대회에 대한 교육당국의 왜곡된 인식과 부실한 관리는 교사의 연구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대회를 일종의 '승진절차'로 취급하다보니 활성화는커녕 기본적 홍보나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교육청 등에서 매년 마련하는 연구대회 계획도 자발적 연구 문화 조성에 관한 내용은 찾기 힘들고, 승진 가산점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런 인식은 연구대회 담당자들의 발언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A교육청 장학사는 연구대회를 적극 홍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성 신장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점수 필요한 분들이 주로 응모하기 때문에 공문으로만 알려도 필요한 분들은 다 아신다"고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다른 교육청 담당자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육부도 연구대회를 인사 문제로 인식하고 시·도대회 현황은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교원 임용권을 가진 교육감 재량이라는 이유다.

연구대회 감축에 나선 교육청도 많다. 불필요한 대회를 정비한다는 측면이 분명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사제도 손질 차원의 접근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도권 B교육청 인사담당자는 "올해 감축에 이어 내년에도 여러 대회를 없앨 예정"이라며 "교육감님들, 특히 진보성향을 가진 분들은 연구대회를 경쟁을 통해 승진하는 제도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구물 관리는 더 심각하다. '연구대회 관리에 관한 훈령'에는 개최조직이 입상작을 입상발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연구대회 네트워크(에듀넷)에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우수한 연구결과를 공유해 현장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총 19개 전국규모 연구대회 입상작 총 1354편 중 현재까지 에듀넷에 게시된 것은 절반인 664건에 불과하다. 더구나 등록된 자료마저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전국대회 게시판에 시·도대회 내용이 올라가 있는 건 물론이고, 연구대회 정보 게시판에는 해당 내용 보다 엉뚱한 게시물이 더 많은 지경이다. 개최조직이 입상작을 직접 올리지 않고 입상자 개인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다보니, 같은 대회 이름조차 제각각 표기해 시기나 주제 별로 분류해 보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시·도대회 자료는 아예 자료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시·도대회 입상작을 지역별로 검색한 결과 단 한 건도 공개돼 있지 않은 시·도가 9개나 됐다. 다른 지역도 대부분 10작품도 등록하지 않아 사실상 완전히 무시되는 수준이다.

문제는 딱히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개 규정이 있어도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무시되기 일쑤다.

에듀넷을 관리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관계자는 "저희는 올려주시는 자료를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유통하는 역할이지 게재여부나 방식 등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며 "요즘은 대회별 입상작이 많지 않아 담당하시는 분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 일이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뒤늦게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훈령에 공개토록 돼 있긴 하지만 그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돼 있는 상태"라며 "내년 초까지 개선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연구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관심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경기 C초등교사는 "안내가 가끔 오는 것 같긴 한데 워낙 공문이 많아 읽진 않는다"며 "주변에 승진 준비하시는 몇몇 분들 빼고는 연구대회 이야기를 꺼내는 분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연구물 열람에 대해서는 "연구결과물이요? 볼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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