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열면 처박힌 옷 한 벌 쯤 눈에 띄지
오래됐지만 버리지 못하는
그렇다고 걸어두기도 멋쩍은 그런 옷
있지 누구나 옆구리 눌러보면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여자 하나쯤
감춰져 있지 벌개미취 냄새나는
삼십년 전 그대로 살아있지
풀을 먹이고 다림질해야 하는
추억은 보관이 중요해, 쓸쓸한 옷
나프탈렌 냄새나는 것일망정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해
그래야 수의로 입어 행복한 거야
가을볕 보송보송한 오후
바람 들어 시원한 이유 알겠지
문 닫아도 절로 빠끔히 열리는 장롱, 속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