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학점 이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원 3단체가 정부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원들은 현행 행정예고안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는커녕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키우고 있으며, ‘책임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형식적인 이수 관리만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총, 교사노조연맹, 전교조 등 교원 3단체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학점 이수 기준 변경을 요구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15일 행정예고안 의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학교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교총 등 교원 3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고교학점제 이수 기준 행정예고안은 학교 현장의 실제 상황과 학생들의 학습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혼합한 기준은 명확성을 떨어뜨리고, 학교·교과·교사별 해석 차이를 키워 이수 판단을 둘러싼 갈등과 책임 전가를 구조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업성취율을 이수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누적된 학습 결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업성취율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학교는 학습의 질이 아닌 ‘이수 요건 충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회견문에서는 “시험 난이도 하향과 수행평가 기본점수 상향, 형식적인 보충지도가 반복되며 고교학점제는 책임교육이 아닌 형식적인 이수 관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원단체들은 또 “학업성취율 중심의 이수 판단은 학생을 성장의 주체가 아닌 ‘미이수자’로 낙인찍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제도는 교육의 신뢰를 훼손하고 학교 현장에 갈등과 평가 왜곡만 남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진로선택·융합선택 과목에서도 상대평가가 유지되며 경쟁과 서열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들 과목부터 절대평가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교학점제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도 참석해 제도가 교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증언했다.
이승리 교총 교사권익위원은 고교학점제가 교실 현실에서는 심각한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방 소규모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1·2·3학년 과학 교과와 진로 과목까지 총 5과목을 동시에 맡고 있는 현실을 전했다.
그는 “고교학점제 이전에는 과목별로 전문 교사가 수업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떠안는 구조가 일반화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업의 질을 충분히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학업성취율을 이수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시험 난이도 하향과 수행평가 비중 확대 등 평가 왜곡이 불가피해지고, 그 결과 미이수 제도는 책임교육이 아니라 형식적인 이수 관리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현실을 고려한다면 학점 이수 기준으로 출석률만을 적용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며, 학업성취율 기준은 폐지하거나 최소한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영 서울 신림고 교사는 학업성취율 기준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짚었다.
김 교사는 학업성취율은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새로운 기준이라며, 지역과 학교, 학생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0% 기준은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며 “교육의 본질은 성장이며, 성적으로 학생을 배제하는 방식은 교육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교원 3단체는 ▲출석률 중심의 명확한 이수 기준 설정 ▲학업성취율 이수 판단 기준 적용 중단 ▲기초학력에 대한 별도 지원 체계 구축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조속 시행을 요구하며, 고교학점제 행정예고안 학점 이수 기준 변경 요구서를 국교위에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