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심사평> 간결・명징한 언어로 삶의 기미 포착

2007.12.26 11:00:29


표현과 내용이 일정한 수준을 넘은 글들이 많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다음 두 가지 점이 아쉬웠다. 우선 짜임새가 탄탄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 논리든 이미지나 분위기든 간에, 연쇄 혹은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어떤 중심과 줄기가 있어야 수필은 통일성을 얻는다. 규범적 형식이 없는 게 수필이라고 하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짜임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으로, 제재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데 있어 균형 감각이 아쉬운 작품이 많았다. 글은 혼자 쓰지만 여럿이 읽을 것이므로 느낌과 생각,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개인적 취향과 사회적 규범 등에 대한 관점이 균형을 유지하거나 합리성을 지니고 있어야 설득력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각 응모자가 낸 글 전체를 대상으로 역량을 보면서 작품을 골랐는데, 마지막에 개성이 다른 셋이 남았다. ‘나침반’은 짜임새가 있고 문장이 견실하다. 제재가 새롭지 못하며 관점도 다소 경직된 게 흠이다. ‘내 마음의 집’은 묘사가 섬세하고 치밀한데다 내용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아주 잘 읽힌다. 그런데 장점이 약점이 되어 다소 감각 위주로 흐른 감이 있다.

‘백령일기’는 일기투를 빈 수필이다.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삶의 기미를 포착해 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제재가 참신하며 필자의 시선도 안정되고 깊이가 있어 당선작으로 뽑았다.
현길언 한양대 대우교수・작가, 최시한 숙명여대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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