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작은 학교의 교감 無用論

2000.04.17 00:00:00

본교는 전체 3학급으로 학생수가 118명이다. 대도시 근교의 농촌 소규모 학교로서 작년 9월1일자로 교감제도가 폐지돼 현재 교무부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교무부장으로서의 업무도 많은데 교감 직무도 대행해야 하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교감은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하나의 형식적인 직책이 아니다. 교감은 학교의 제반 사항을 살피면서 학생들을 두루 보살피는 역할을 하며 교사들의 의견 수렴, 교사와 교장, 교사와 행정실과의 통로를 이어 준다. 또 교무실내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를 유지시키고 학교 행사의 계획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교사들과 일차적인 의사 절충을 끌어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월 1회 교육청에서 있는 교감 회의에도 참석해야 하고 학교간 정보도 교환해 더욱 나은 학교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도 교감의 몫이다. 그 뿐인가. 매일 20여건이 넘는 공문을 분리하고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려해야 한다. 특히 공문 결재 과정에서는 많은 교직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데 소규모 학교일수록 경험이 적은 신규 교사가 많아서 그 애로점은 결국 교감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교직 현실에서 `소규모 학교 교감 무용론'은 탁상 공론에 불과한 상식 밖의 이야기다. 참된 교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젊고 패기만 있으면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참된 교육은 경험과 패기가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

교육부의 견해로는 소규모 학교의 교감을 없애면 많은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교육 일선의 특수성을 잘 모르는 탁상 행정의 표본이다. 과연 지금의 교육여건은 과거와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 교사의 수를 늘려 수업 시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교사의 업무와 잡무만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수업보다 다른 일에 신경 쓰다 보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정년퇴임이다, 명예퇴임이다 해서 교사들이 부족한 교단의 현실을 무시하고 소규모 학교의 교감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정일훈 광주 평동중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