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학교'라는 드라마를 보면 자라는 학생들이 학교나 교사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앞선다. 요즘 이런 학교도 있는지 모르지만 문제점을 너무 부각시키다보니 상황 묘사가 연출 의도에 억지로 끼워 맞춰진 느낌이 강하다.
그런 예는 많다. 아무리 문제 행동을 거푸 일으켰지만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학생을 부모와의 상담이나 친구관계 조사 없이 무조건 면박만 주는 교사, 업무 중심이 아닌 감정 싸움 비슷한 직원회의를 독단적으로 주도하고 중간에 휑하니 나가버리는 교감, 투서한 학생에게 교감선생님이 잘못을 묻지 않기로 했다며 부른 뒤 몽둥이 세례를 퍼붓는 교사…등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행동들만 나온다.
요즘은 회초리를 들어도 충분히 잘잘못을 이해시켜야 하며 걸핏하면 교장실로 학부모의 전화가 오는 상황인데 드라마는 교사와 학생이 늘 과격하고 불만에 찬 상태로만 묘사되고 있다. 물론 청소년의 특성으로 보나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 갈등과 위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드라마 `학교'는 그 정도가 지나쳐 마치 없는 `학교'라도 만들어 내려는 듯 보여 시청하기조차 민망하다.
특히 학생 앞에서 몸매를 훑어보고 "애는 쑥쑥 잘 낳겠다"고 말하는 신임 교사의 저질스런 성희롱을 대사로 처리함으로써 교사 전체를 매도할 때는 마음까지 착잡하다.
학생들의 행동도 그렇다. 특별한 의미 없이 과녁판에 화살촉 던지기, 책걸상 위로 곡예하듯 뛰어 다니는 행위, 수업 중에 막대 사탕을 빨고 있는 모습, 인사 안 받는 선생님 뒤에서 팔을 치켜올리며 주먹질로 욕하는 장면 등은 현실감은 있으나 과연 꼭 보여 줘야할 장면인가 의심스럽다.
또 교무실에서 나눈 이야기를 학생들이 바로 알고 소문내는 일, 현장에서 지도하는 교사 없이 노력 봉사하는 학생들의 넋두리나 "매점엔 매일 쉰 빵만 있고…" "숙직 근무 하시는군요…" 등의 내용은 연출자나 작가가 교사가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오래 전에 학교를 떠나서인지 요즘의 학교현장을 모르고 쓴 내용인 것 같다.
한 마디로 KBS의 `학교'에는 학교가 없는 듯하다. 휴일 저녁 시간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비교육적 요소가 많고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은 드라마 `학교'는 방영을 중단하든지 내용을 순화했으면 한다. 그 대안으로 실화를 공모해 방송하는 방법을 KBS에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