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를 통한 내신 위주 대학입시제도에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촛불집회 및 자살학생 추모제가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 앞 소공원과 인근 보도에서 예정대로 열렸다.
그러나 수 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집결할지도 모른다는 교육당국 및 경찰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일반인 50여명을 포함해 약 400명이 모이는 등 참석자는 많지 않았으며 식순에 따라 차분히 진행된 집회는 오후 8시20분께 끝났다.
유사한 집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아예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에서 ‘학교교육에 희생된 학생을 위한 추모제'를 주최한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집회 참가 고교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입시제도와 내신성적 등에 관한 의견을 받은 뒤 이를 수거해 교육부에 전달키로 했다.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경기 안산시 모 고교 1년생 노모(17)군은 "예고된 것과 같은 내신 등급제를 도입하려면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든지 전국 고교를 통합해 평준화한 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동기 4명과 함께 온 서울 강남 모 고등학교 1학년 이모(17) 학생은 "학교측이 집회 참가를 만류해 참가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피켓, 유인물, 플래카드 등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현장에 배치된 교사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유인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추모장소 주변에는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일선 학교 교사 등 교육당국 관계자 100여명이 학생들의 지도와 집회 참가 만류를 위해 배치됐으며 경찰은 당초 돌발 상황을 우려해 이날 오후 의무경찰 60개 중대 6천명 가량을 서울 광화문 일대에 배치했으나 오후 7시께 배치된 경찰력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이날 집회는 별다른 문제 없이 끝났으나 이틀 전부터 고교생들 사이에 ‘일부 고교 중간고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집회를 1주일 미루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퍼진 적이 있고 14일에는 사이버 단체 ‘두발제한폐지서명운동(nocut.idoo.net)'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관계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진보성향의 ‘학벌 없는 사회 학생모임', ‘청소년 다함께' 등 학생 단체들은 추모장소 주변에서 내신 상대평가 반대, 대학 평준화, 수능 자격고사화 등의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청년연대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최한 `공교육 살리기 촛불 기도회'도 학생들이 거의 모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