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사평가제라는 항간의 화두를 갖고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앞으로 전도가 촉망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에게 인기 있고 학부모의 비위를 잘 맞추며 그 다음으로 동료 교사들과 친숙해 져야 하며 관리자인 교장 교감에게도 눈치껏 잘하는 처세의 달인이 되어야 한단다. 전문 직종인 교사의 위치가 왜 이래야 하나.
어려운 과정을 통해 국가로부터 자격을 받고 또 다시 국가기관의 선발을 거쳐 교직에 입문했건만 정작 그 현장에서도 비전문가인 제자들과 학부모들이 가르치는 교사들을 상대로 평가한다니…. 또한 전공과목이 다른 동료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고 평가받기 위해 수업을 참관하고 공개해야 한다니 이와 같은 방법들이 과연 일선 교육현장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방법인지를 모두에게 묻고 싶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확정된 게 아니고 앞으로 공청회와 시범운영 등을 거쳐 법제화된다고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나 방법론 등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평가제 논의, 교원들의 대응 방식과 관련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우리 교사들은 전문성 신장을 위한 자기연찬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공 교과목의 최고가 되도록 하자는 말이다. 이를 위해 관계 당국도 행·재정적으로 부단히 교사 재교육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교사들은 교육철학과 사명감을 확고히 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교육에 대한 바른 소신을 펴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해 감동을 나누어야 한다. 학생은 있는 데 제자는 없다고 예전과 다른 사회적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지덕체의 조화로운 인간육성에 혼신을 다하자는 것이다.
셋째, 교사들은 교육을 경제나 시장논리로 풀려고 하는 세력들에 맞서기 위해 교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시국관을 갖고 동료 교사애로 똘똘 뭉쳐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은사를 폭행 폭언 고발하는 등 교권이 실추된 현실에서 교권을 다시 세우려면 우리 교사들부터 분열과 반목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 반목과 대립 속에서 교장이 죽음으로 떳떳함을 항거하고 일선 교단교사가 새벽이나 밤늦게 가르치다 교단에서 순직하는 그런 불행은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오로지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열성을 다하고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넷째 교무회의 법제화와 학교운영위원회의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나의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왕성한 토론을 거쳐 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무회의와 같은 여론 수렴의 장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의 대표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최대 공약수라는 옥동자를 분만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원들이 어느 단체이든 뜻이 맞는 교원단체에 가입해 교원단체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교사들을 경제논리로 구조조정하려 할 때 모든 교원과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로 맞섰다면 우리 교사들의 주권을 공고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사들이 지혜와 힘을 결집하면 교원 법정정원 확보 등 잃어버린 우리 교사들의 주권회복 운동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 교원평가제도 교원법정정원 확보, 수업시수 법제화 등 열악한 교육환경을 최소한 IMF 이전 상태로 환원해 놓고 평가 준비 단계에 임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