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생부 분석 규제 사각지대 보완 필요”

2026.10.20 23:51:42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상업적 이용 금지 시행에도 처벌 사각지대 우려
원본 삭제·AI 학습 완료 땐 위반 입증 어려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됐지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입시 상담 서비스에는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부 원본을 삭제한 뒤 학습이 완료된 AI 모델만 운용하면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자료 파기 의무 신설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543호 ‘인공지능(AI) 기반 학생부 분석 서비스 규제의 쟁점과 과제’에서 현행 규제의 적용상 문제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제25조의2는 학생부를 취득해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교육업체가 대입 상담에 활용하기 위해 졸업생 등의 학생부를 매입·수집하는 문제가 나타나면서 마련된 규정이다.

 

그러나 AI 기반 서비스에는 법 적용이 불명확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학생부를 서버에 저장하면 자료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원본을 삭제하고 AI 모델에 학습된 정보만 남아 있다면 취득과 이용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고서는 “원본 자료를 삭제한 채 학습된 모델만을 운용하였다면 이용이 종료되었다고 해석될 여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원본이나 학습데이터를 보유하면서 반복적으로 상담이나 재학습에 활용한다면 이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법 시행 이전에 수집한 학생부도 쟁점이다. 현행법에는 적용례나 경과조치가 없어 시행 전에 자료를 취득하고 학습을 마친 업체에 새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무료 상담을 통해 유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거나 범용 AI 모델의 성능 개선에 학생부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영업 목적 인정 여부가 문제로 제기됐다.

 

처벌 수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현행법은 학교장이 학생 관련 자료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민간 사업자가 학생부를 영업에 이용하면 최대 5년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학생이 동의한 경우와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정형이 같다. 입법조사처는 학생부의 공적 신뢰와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보호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따라 행위의 불법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형벌의 비례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관련 법률과의 정합성도 과제로 꼽았다. 인공지능기본법은 학생 평가를 고영향 AI 영역으로 규정하고, 사업자의 의무 위반에 대해 조사와 시정명령을 거친 뒤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학생부의 상업적 이용은 위반 즉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규제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우선 학생부 원본과 AI 학습데이터에 대한 파기 의무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법은 거래와 이용만 금지할 뿐 자료 보관 자체는 규율하지 않아, 이미 확보한 학생부가 향후 AI 재학습 등에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관 기한과 파기 범위를 명확히 하고, 파기 사실을 기록·보존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규제수단으로는 위반으로 얻은 이익에 연동하는 과징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상업적 이용은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침해 규모도 이용자 수와 매출에 따라 커지는 만큼, 일률적인 형사처벌보다 실효적인 제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모든 AI 학생부 분석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서비스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학생 본인의 요청에 따른 분석, 대가를 지급한 학생부 수집과 제3자 제공 금지, AI 학습에 대한 별도 동의, 가명처리 자료만을 이용한 학습, 분석 후 원본 파기 등이 허용 조건으로 제시됐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현행 일률적 금지는 위반을 입증하려면 서버나 학습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므로 집행이 어렵고, 서비스가 비공개로 운영되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에게만 제공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건을 갖춘 예외적 허용 대상을 관리하에 둔다면, 전형의 공정성 외에도 영업의 자유 및 과학기술 발전 등의 법익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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